AI 피해 전국 383농가, 한 곳도 재입식 못해…후유증 지속
"7개월 실업자 신세, 생계 막막"…공급 차질 계란값 급등
(전국종합=연합뉴스) 변우열 기자 = 3천700여만 마리의 닭과 오리를 살처분할 정도로 전국에서 기승을 부리던 조류인플루엔자(AI)가 수그러들어 이동제한이 해제됐지만 후유증은 여전하다.
AI 피해를 본 전국 양계농가 가운데 병아리를 입식한 곳이 전무해 닭과 계란 공급이 계속 차질을 빚고 있다. 피해 농가는 7개월째 실업자 신세를 면치 못하고, 계란 등 가격은 고공행진을 계속하고 있다.
닭 출하가 정상화 되기까지는 2개월여가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1월 16일 충북 음성군 맹동면 육용 오리 농장에서 AI가 발생했다.
바이러스가 삽시간에 전국으로 퍼지면서 383개 농가에서 AI가 발생해 3천781만 마리가 살처분됐다. 이 가운데 닭은 전체 사육량의 20.3%를 차지하는 3천148만 마리가 매몰됐다.
이로 인해 사육 기반이 사실상 붕괴 위기에 빠지면서 후유증이 이어져 최근까지 계란 한판(30개들이) 가격이 1만원을 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가장 먼저 AI가 발생한 충북 역시 음성에 이어 진천, 청주, 괴산, 충주, 옥천 등 6개 시·군 85개 농가로 빠르게 퍼져 108개 농가 가금류 392만 마리가 살처분 돼 'AI의 진앙'이라는 오명까지 얻게 됐다.
AI가 발생한 지 5개월이 넘었지만 피해 농가는 재입식에 차질을 빚는 등 여전히 후폭풍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충북은 AI가 지난해 12월 29일 이후 더는 발생하지 않았으나 도내 14곳이 방역대로 묶였다가 AI 발생 125일만인 지난달 21일에야 이동제한이 전면해제됐다.
이동제한 해제에도 불구하고 충북 AI 발생 농가 가운데 재입식한 농가는 한 곳도 없다.
발생 농가가 재입식을 하려면 도와 농림식품부 검역본부의 사전 위생검사를 통과한 뒤 21일간의 입식시험을 거쳐 혈청검사 등을 거쳐야 한다.
그나마 사전 위생검사를 거쳐 입식 시험이 가능해진 농가도 음성과 진천 닭 사육농가 3곳에 불과하다.
전국적인 상황도 마찬가지다. 383곳의 AI 발생 농가 가운데 재입식은 전무하고, 위생검사를 통과한 농가 역시 충북을 포함해 모두 9곳에 불과하다.
이들 농가도 일러야 다음 달 중순에나 입식이 가능한 데다 사육 기간을 고려하면 6월 중순 이후에나 출하를 할 수 있다.
나머지 농가들은 아예 위생검사조차 통과하지 못해 언제 다시 정상적인 닭·오리 사육에 나설지 기약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AI 발생 농가는 7개월 넘게 사실상 아무런 소득 없이 지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이동 제한이 풀리면서 축산 농가에 지급했던 소득안정자금도 지원되지 않고 있다.
올해 재입식이 늦어지는 것은 농림축산식품부가 AI 발생 예방을 위해 위생검사 기준을 대폭 강화했기 때문이다.
진천의 한 오리 사육 농민은 "최근에야 축사 주변 소독을 마치고, AI예방시설을 갖춰 다음 주 쯤 위생검사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일러도 6월 말이나 출하가 가능해 그동안 손만 빨고 있어야 하는 처지"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매년 AI가 되풀이되면서 올해 겨울철에는 가금류 사육을 제한하는 제도가 도입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사전 위험요소 차단을 위해 특별한 경우나 위험한 시기에 자치단체장이 직권으로 특정 농장이나 지역에 대해 강제적으로 휴업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기로 했다.
특히 충북은 이시종 지사가 가금류 휴업보상제를 계속 주장했고, 도의회도 지난 2월 이 제도 도입이 가능하도록 규정한 '충청북도 가축전염병 예방 및 감염축 관리 조례안'을 입법 예고했다.
휴업보상제는 철새가 이동하는 겨울철 AI 상습 발생 지역에서 닭·오리 사육을 중단하고, 대신 농가에 보상금을 지원하는 것이다.
이 조례가 제정되면 충북도가 전국 광역 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휴업보상제를 시행하게 된다.
bwy@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