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찬 스님 두 번째 만화책 '어라의 라이프 카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불교를 잘 모르는 대중이나 초심자에게 갑자기 법문을 들이대면 지루하고 재미없지 않겠어요. 스님의 소소한 일상을 만화로 담아 불교적 가치관을 조금 더 가볍고 쉽게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만화 그리는 스님'으로 유명한 지찬(43) 스님이 두 번째 불교 만화책 '어라의 라이프 카툰'을 출간했다. 대한불교 조계종 의정부포교원 포교국장 등을 지낸 스님은 현재 불교 만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어라'는 지찬 스님이 그리는 동자승 캐릭터의 이름으로, 동그란 가분수 머리와 짧은 다리로 좌충우돌하는 모습이 매력이다.
불교계에서는 이미 꽤 유명한 캐릭터다.
스님이 2012년부터 블로그와 교계 매체 등에 선보인 '어라' 캐릭터는 청년 불자 감소가 고민인 불교계에 신선한 자극과 아이디어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캐릭터는 이모티콘과 인형 등으로 제작됐으며, 스님은 2015년 조계종 총무원 '불교언론문화상' 뉴미디어 부문상을 받기도 했다.
첫 번째 만화책 '어라, 그런대로 안녕하네'에 이어 최근 두 번째 책을 낸 지찬 스님은 "'어라'라는 캐릭터는 스님이지만, 일상을 사는 평범한 사람들과 접점이 많다"며 "'어라'가 계속 실수하고 배우고 깨닫는 과정들을 솔직하게 드러냈다"고 말했다.
'어라'는 4부로 구성된 이 책에서 혼자 노는 방법, 외국 수행처와 여행지, 만났던 사람, 깨달음과 명상의 순간들을 전한다.
겉모습은 까까머리 동자승이지만, 카페에 가서 태블릿으로 그림을 그리고, 전기자전거로 여행을 하고, 인기 드라마 '도깨비'를 챙겨보고, 복잡한 사회문제에도 관심을 갖는 등 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일상인'처럼 느껴진다. 물론 장난을 치고, 화를 내고, 농담을 던지다가도 이내 성찰의 자세를 취한다.
지찬 스님은 "만화를 통해 누구를 가르치거나 깨달음을 전달하고 싶은 게 아니"라며 "스님의 소소한 삶을 통해 이런 생각과 시각이 있다는 정도를 알리고 싶다"고 말했다.
스님은 만화를 그리는 것 자체가 수행의 한 방편이 된다고 설명했다.
"스님이라는 신분 때문에 인간적인 마음을 다 드러내지 못한다면 참다운 수행자가 아닙니다. 자전거를 오래 타보면 햇볕에 드러난 살갗만 익잖아요. 이처럼 수행과 공부도 나를 드러내야 익고 성숙할 수 있습니다. '어라'라는 귀여운 캐릭터를 도구 삼아 인간적인 마음과 내면을 솔직하게 표현하며 저 자신을 점검하고 돌아보고 있습니다."
2004년 계를 받은 이후 수행만이 삶의 전부였던 스님은 2012년 성신여대 사회교육원에서 만화의 세계에 입문했다. 지금도 그림 공부는 계속되고 있다.
"'어라'는 얼굴이 동그란 가분수잖아요.(웃음) '어라'가 자라면 얼굴형이 조금 길쭉해지지 않을까 생각해서 그런 캐릭터도 구상하고 있어요. 스님의 소소한 생활을 담은 만화는 계속 그릴 겁니다."
담앤북스. 282쪽. 1만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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