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대통령 선거를 한 달 앞둔 이란에서 여성도 후보로 출마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이란이 공화정으로 바뀐 1979년 이후 지금까지 치러진 11차례의 대선에서 여성 대통령은 물론 여성이 후보로 출마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보수적 성직자로 구성된 이란 헌법수호위원회는 모든 대선에서 예비 후보로 등록한 이들을 사전에 심사하면서 여성을 모두 탈락시켰다.
이 때문에 이란에서 여성이 총선과 지방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사례는 많지만 여전히 대선은 '금녀의 영역'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여성 137명이 예비 후보로 등록했지만 사전 자격심사를 통과할 수는 없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부정적인 전망 속에서도 여성의 사회 진출과 여권 신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이번 대선에서는 여느 때와 다르게 여성을 후보로 승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분위기다.
이란 유력 성직자 아야톨라 탈레거니의 딸 아잠 탈레거니는 20일(현지시간) 언론 인터뷰에서 "신은 남녀를 평등하게 창조하셨다"며 여성도 대선에 출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혁명 지도자 이맘 호메이니가 서명한 헌법에는 대통령직의 성별을 특정하지는 않았다. 이란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권리를 존중받아야 한다"면서 여성의 대선 피선거권 허용을 촉구했다.
이란의 여권 운동가들도 인터넷을 통해 이번 대선에서는 첫 여성 후보가 나와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이는 모든 직접 선거의 후보 자격을 사전 심사하는 헌법수호위원회가 보수 성향 이슬람 성직자로 구성된 탓이기도 하지만 이란의 헌법 조항 때문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란의 대통령 자격을 규정하는 헌법 115조를 보면 '이란 대통령은 종교적이고 정치적 역량과 신뢰감 있는 이란 국적을 가진 남성'이라고 규정한다.
이 '남성'에 해당하는 단어는 이란어(파르시)가 아닌 아랍어로 '레잘'로 표기됐는데 축자적으로는 남성에 가깝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레잘이 아랍어인 만큼 남성에 한정할 필요는 없다는 해석이 나온다. 레잘이라는 단어가 종종 성별과 관계없이 '현명한 사람'이라는 뜻을 지니기 때문이다.
아랍어로 된 쿠란에서 차용한 이 단어를 이란어로 옮길 때 반드시 '남성'으로 풀이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아잠 탈레거니는 "헌법수호위원회는 여성이 대선 출마자격이 없다면 그렇다고 명확하게 헌법을 해석하든지 그렇지 않다면 여성을 심사에서 탈락시키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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