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청년, 체류 보장 신분인데도 추방…철회 소송 제기
트럼프가 '멕시코 이민자 혈통'이라고 비판한 쿠리엘 판사가 재판 맡아
(워싱턴=연합뉴스) 강영두 특파원 = 미국에서 불법체류하는 청소년의 추방을 유예하는 정책(DACA)의 수혜자, 일명 '드리머'(DREAMER)임에도 불구하고 지난 2월 추방된 멕시코 청년이 트럼프 정부를 상대로 추방 철회 소송을 제기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대선 기간 "멕시코 이민자 혈통이어서 공정하지 않다"며 인종차별적 발언을 퍼부어 논란이 된 연방판사에게 해당 재판이 배정돼 눈길을 끌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미 NBC뉴스에 따르면 멕시코 출신인 후안 매뉴얼 몬테스(23)는 지난 2월 17일 멕시코 국경 근처 캘리포니아 주(州) 칼렉시코에서 택시를 기다리다 순찰하던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에게 불심검문을 당했다.
신분증이 든 지갑을 두고 나온 몬테스는 CBP 요원에게 '드리머'임을 입증하지 못해 구치소에 수감됐다.
드리머는 불법 이민자의 자녀들을 가리키는 용어로,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가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는 아이들이라는 긍정적인 의미를 담아 명명했다.
이들은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12년 행정명령으로 드리머 추방을 유예하는 내용의 'DACA' 프로그램을 발동하면서 강제추방 걱정 없이 공부하거나 일할 수 있게 됐다. 수혜자는 75만 명가량으로 알려졌다.
9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건너온 몬테스는 그러나 구치소에서 강요 때문에 정체 모를 문서에 서명한 후 3시간만에 멕시코로 추방됐다고 주장했다.
반이민 정책의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DACA 행정명령 폐지'를 공약했으나 당선인 시절, 드리머에 대해 "이들은 어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와, 여기서 일하고 여기서 학교에 다녔다. 일부는 좋은 학생들이고 어떤 이들은 훌륭한 직장도 갖고 있다"며 추방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몬테스는 지난 19일 캘리포니아 남부연방지법에 제출한 소장에서 "DACA 유효기한이 내년까지인데도 부당하게 추방당했다"며 추방을 철회하고, 추방 과정의 기록과 사유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이 사건은 불법체류자 추방에 팔을 걷어붙인 트럼프 정부가 드리머까지 추방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불러일으켰으며, 특히 트럼프 대통령과 구원이 있는 곤살레스 쿠리엘 판사에게 재판이 배정되면서 관심이 더욱 고조됐다.
쿠리엘 판사는 멕시코계 미국인으로 '트럼프대학 사기 사건' 재판장이던 지난해 6월 트럼프 대선후보로부터 "멕시코계 이민자 혈통이어서 공정한 판결을 할 수 없다" 등 숱한 인종차별적 발언에 시달렸다.
공화당 1인자인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 "교과서에 나오는 정의 그대로 인종차별 발언을 했다"고 비판하고, 일부 공화당 연방의원이 지지 철회를 선언하자, 트럼프 후보는 성명을 내 "멕시코계에 대한 단정적인 공격으로 오해돼 유감"이라며 꼬리를 내렸다.
그러나 그는 재판에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이다가 대선에서 승리하자 "승소할 자신이 있지만, 향후 대통령으로서 소송에 매달릴 시간이 없다"며 피해 학생들과 합의하고 7년에 걸친 법정 다툼을 마무리했다.
쿠리엘 판사는 지난 1월 트럼프 대학 소송과 관련해 2천500만 달러의 합의금을 인정하는 판결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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