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상찮은' 중국군 움직임…북한 이상동향에 촉각 곤두세운듯(종합)

입력 2017-04-21 20:40  

'심상찮은' 중국군 움직임…북한 이상동향에 촉각 곤두세운듯(종합)

中 정보자산 동원 北핵실험 징후 감시…북중접경 경계도 강화

中 잇따른 무력 과시, 韓美엔 '시위'…北엔 '핵실험 자제 압박'





(베이징=연합뉴스) 심재훈 특파원 = 근래 중국군의 움직임이 심상찮아 보인다.

이지스함의 서해훈련에 이어 초음속 전투기의 실탄사격훈련까지 공개했는 가하면 중국 공군에도 비상령이 내려진 분위기가 감지된다.

중국군이 보유 전략 및 정보 자산을 한 곳에 집중시키고 공개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과거 중국군이 이런 제스처를 한반도 주변에서 취했다면 미국과 일본, 한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지만, 이달 초 미국에서의 미중정상회담 이후에는 기류가 바뀌어 북한을 겨냥한 기색도 역력하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미중 양국이 북한 압박 강화에 '협력'하는 양상이 뚜렷해지면서 중국군의 대외활동 공개도 활발해지고 있으며, 이는 중국의 북한 압박용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중국은 북한의 태양절(김일성 생일·4월 15일)은 지났지만 이달 25일 북한 인민군 창건일을 계기로 6차핵실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북한의 이상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는 한편 여러 채널로 '레드라인'을 넘지 말라는 시그널을 보내고 있어 보인다.

최근 중국군의 대외활동 공개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다시 말해 중국 당국은 첨단 전략자산의 집중과 훈련 공개를 통해, 북한 핵실험 가능성을 이유로 핵추진 칼빈슨 항공모함 전단을 한반도로 파견하는 미국과 한국에 경고하는 메시지를 보내는 한편 북한에도 섣부른 행동을 하지 말라는 주문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대북 제재 강화에 동의하면서도 '대화와 협상'을 통한 북한 문제 해결을 주장해온 시 주석은, 이런 군사적인 액션과 함께 설득 작업도 병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21일 베이징 소식통 등에 따르면 중국 국방부가 겉으로는 부인하고 있으나, 중국군 당국은 정보자산을 총동원해 북한 내 인민군 이동을 감시하고 있으며, 북중 접경에서의 경계 태세를 강화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중국은 내달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정상회담을 통해 시진핑 주석의 지도력을 대내외에 알리려고 하는 상황에서 북한의 우발적인 행동을 가장 우려하고 있다"면서 "한국, 미국과 마찬가지로 중국도 군사적 자원을 동원해 북한을 감시, 압박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은 북한이 건군절 85주년을 전후해 6차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위기대응조치를 가동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미국에 서버를 둔 중화권 매체 보쉰(博迅)이 최근 전했다.

미 CNN방송은 현지시간으로 20일 미국 정부 관계자를 인용, 중국이 19일부터 공대지 및 순항미사일 역량을 갖춘 폭격기의 경계태세를 갖췄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도 중국 폭격기들의 움직임이 평소보다 늘었고, 경계 태세를 강화했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같은 날 백악관에서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와 공동 기자회견을 하면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노력을 언급하는 도중에 "바로 2∼3시간 전에 매우 '특이한 움직임'(unusual move)이 있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앞서 중국 매체들은 지난달 말 서해(황해)와 인접한 보하이(渤海.발해) 해역에서 중국제 초음속 공격기 Q-5가 시뮬레이션 목표물에 실제 미사일을 발사해 타격하는 훈련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관영 CCTV는 북해 함대 소속 최신형 구축함 시닝(西寧)호가 서해에 투입돼 처음으로 실탄 사격 훈련을 벌인 장면을 방영해 눈길을 끌었다.

중국 국가안전부(우리나라의 국가정보원 격)의 상위 조직인 중국 국가안전위원회는 최근 여러 차례 한반도 위기 관련 대책회의를 개최,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하면 미국이 선제타격을 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위기대응 조치 가동에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당국이 공식적으로는 부인하고 있으나, 중국이 북중 접경에 병력 15만 명을 증강 배치하고 중국군의 5개 전구 중 하나인 북부전구 소속 부대들에 '4급 전시대비령'을 발령했는가 하면 방사능 오염 측정을 위한 검측지휘소를 설치하는 등 비상조치를 가동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국방부는 지난 13일 '중국이 북·중 접경지역에 병력 15만 명을 증원 배치했다'라는 일부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한 바 있다.

소식통은 "한반도 유사시 북한, 한국 다음으로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이는 중국이 현재 상황에서 군사적 대비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면서 "특히 이런 중국의 움직임은 북한에 불미스런 행동을 하지말라는 강력한 신호를 보내는 의미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북한에 대한 입장이 강경해 지면서 중국 내부에서 '북한 붕괴론'과 '북한 포기론'까지 거론되자 이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차오스궁(曺世功) 아태학회 한반도연구회 위원은 관영 환구시보(環球時報)에 기고한 '중국이 북한을 포기한다면 엄중한 피해를 볼 것이다'라는 글에서 "최근 중국 내에서 북한 붕괴론을 넘어 북한을 포기해야 한다는 정서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발상은 중국과 북한의 우호 관계 발전 역사와 장기적인 전략적 가치를 무시하는 것"이라고 북한 포기론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다.

차오 위원은 "중국이 북한을 포기한다면 양국은 우호 관계에서 적대관계로 변하게 되고, 서로 우호적인 이웃 국가와 안전한 국경을 잃게 된다"며 "더 나아가서는 동북아 전략의 균형을 상실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북한이 '전략적 완충지'로서 장기적인 전력적 가치가 있다며 "불가피하게 북한을 제재하더라도 절대 북한을 포기하거나 북한이 붕괴하도록 내버려둬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president21@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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