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사업 지정만 됐음에도 2천944억 예산 확보한 것처럼 홍보"
(광주=연합뉴스) 장아름 기자 = 지난해 4·13 총선 과정에서 선거 공보물에 허위사실을 기재한 혐의로 기소된 국민의당 권은희(광주 광산을) 의원이 당선무효형을 면했다.
광주지법 형사12부(부장판사 이상훈)는 21일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 공포) 혐의로 기소된 권 의원에게 벌금 80만원을 선고했다.
선출직은 공직선거법상 1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된다. 이대로 형이 확정되면 권 의원은 의원직을 유지하게 된다.
권 의원은 지난해 총선 당시 하남산단이 노후거점산업단지 경쟁력강화사업 사업지구로 지정됐을 뿐임에도 공보물과 명함에 '하남산단 2천994억원 예산확보'라는 허위사실을 기재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권 의원이 허위 사실을 공표해 선거인들에게 후보자의 업적이나 능력을 과대평가하게 하고 선거에서 올바른 판단을 방해하고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한 점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다만 "하남산단이 국비 사업에 지정된 것은 사실이고 지정 과정에서 권 의원이 상당한 노력을 한 점, 정부 주도로 사업이 지속적으로 진행될 개연성이 높은 점, 앞서 사업비 규모에 대한 많은 언론 기사가 나온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예산 확보란 예산안이 국회에서 심의·의결돼 확정됐거나 적어도 정부의 예산안 편성·제출이 확실히 기대되는 경우를 의미한다"며 "광주시장이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기재된 총 사업비는 추정액일뿐 법적 구속력이 없다. 사업비 중 민간자본 907억원 조달은 예산으로 볼 수도 없다"고 밝혔다.
또 "권 의원이 이 내용을 기재한 사실을 몰랐다고 주장하나, 권 의원이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면서 선거인들과 소통하며 공약을 선전하고 거리 유세 중 해당 문구가 담긴 명함을 나눠주며 내용을 한 번도 보지 못했다는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해 총선 이후 더불어민주당 측이 권 의원이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고발했으나 검찰은 무혐의 처분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에 불복하고 법원에 재정신청을 냈다.
법원이 1월 재정신청을 받아들이면서 검찰은 권 의원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고 최근 선고를 앞두고 무죄 취지로 법원에 의견을 진술했다.
권 의원은 "공보물에 기재한 사실을 비서관으로부터 보고받지 않았다"며 "하남산단의 사업지구 지정을 홍보하며 규모를 강조하기 위한 수사적인 표현이었다.
일부 과장이 있지만 광주시가 제출한 사업계획서에 기재된 사업비(2천944억원)대로 진행될 가능성이 커 전반적으로 객관적인 사실"이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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