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식 선거운동 나흘새 두번째 TK 찾아 '안보·서민' 키워드로 집중공략
경주 유세장서 일부 청년들 '돼지흥분제' 문제 삼아 항의해 충돌 상황도
(포항·경주=연합뉴스) 배영경 기자 =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선후보가 21일 또다시 보수의 심장부인 TK(대구·경북)를 찾았다. 공식 선거운동 시작 닷새 만에 벌써 두 번째 방문이다.
홍 후보는 이날 오전 서울에서 무역인과의 간담회와 관훈클럽 토론회 일정을 마치자마자 경북으로 향했다.
포항 죽도시장에서 '서민 대통령' 메시지를 강조하며 밑바닥 민심을 살피고 경주역에서 거점유세를 펼친 뒤 저녁 영천시장을 방문해 서민들과 만나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홍 후보는 지난달 공식 대선출마 이후 노골적으로 'TK 집토끼' 결집에 주력하는 행보를 펴고 있다.
지난 17일 공식 선거운동 시작일에도 본격적인 첫 유세전을 대구에서 점화했다. 지난달 17일 서문시장에서 출마를 선언한 이후 네 번째 대구 방문이었다.
홍 후보가 안 그래도 빠듯한 선거운동 기간의 상당 부분을 TK에 집중한 것은 보수층 결집에 그만큼 사활을 걸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텃밭부터 다지고 중도·보수 성향 유권자가 많은 충청권으로 진출해 역전을 노리겠다는 '영남·충청 연대론'의 일환이다.
입버릇처럼 되뇌던 '동남풍이 분다'는 간절한 바람도 조금씩 현실화하는 분위기다.
이날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18∼20일 전국 성인 1천4명 대상, 신뢰수준 95%±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홍 후보의 TK 지지율은 지난주 8%에서 이번주 26%로 치솟았다.
비록 오차범위이긴 하지만 최근 보수층 지지를 빨아들이던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48%→23%)와 '1등 주자'인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25%→24%)를 제치고 'TK 맹주'의 자리를 되찾은 것이다.
홍 후보 측은 그동안 '안철수를 찍으면 박지원이 상왕(上王)정치를 한다'는 프레임이 지지율 변화로 연결됐다며 부쩍 자신감이 오른 모습이다.
홍 후보는 포항 유세에서 "이제 TK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TK가 움직이면 대선 판도가 달라진다"며 고무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외부) 여론조사와 달리 우리 자체 여론조사는 지난주 초부터 폭발적으로 우리 당에 몰리기 시작했다"며 '샤이 보수'들의 적극 지원을 당부했다.
이어 경주역 유세에서도 "북핵 위기로 안보 대선으로 바뀌고 나니까 우리 당이 살아나기 시작했다. TK를 중심으로 옛날의 지지세가 뭉치기 시작한 것"이라고 자신했다.
역전의 키워드는 '안보'와 '서민'이다. 안보관을 문제 삼아 문·안 후보를 때리는 동시에 전통시장 등 민생 현장을 샅샅이 훑으며 '서민 대통령' 이미지를 부각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날 유세에서 홍 후보가 북한 핵개발은 물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비용이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준 돈이라고 주장하면서 "또다시 좌파 정권이 들어와 김정은과 친구하고 돈을 퍼주기 시작하면 한국은 영원히 핵의 인질이 된다"고 공포심을 키운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포항 유세에는 400여명이 몰려와 연설을 경청했고, 청중들 사이에서는 대형 태극기와 성조기가 나부꼈다. 죽도시장에서는 몇몇 시장 상인들이 "여기는 끝났다. 홍준표 아니면 아무도 모른다"며 홍 후보를 반갑게 맞았다.
그러나 홍 후보는 대학 시절 '돼지 흥분제'를 이용해 친구의 성범죄 모의에 가담한 것처럼 고백한 자서전 내용이 이날 알려진 여파로 경주 유세 막판에 일부 청중이 고함을 지르며 항의하는 볼썽사나운 모습이 연출됐다.
청년 10여명이 "돼지 발정제 홍준표는 사퇴하라"고 고함을 지르자 일부 지지자들이 "저X이 약을 처먹었느냐"고 받아치면서 원색적인 말들이 오가는 충돌 상황이 빚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홍 후보는 경주 유세 후 기자들과 질의 응답 시간을 갖기로 한 것을 취소하고 서둘러 유세장을 떠났다.
ykb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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