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일섭·신구·윤여정·김용건…'살림남' '윤식당' '나혼자 산다'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예능 프로그램에서 '할매' '할배' 연예인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백일섭(73), 윤여정(70), 신구(81), 김용건(71)…. 평생 연기만 해온 이들의 노련함과 자신감은 요즘 젊은 연예인도 두려워하는 관찰예능 프로그램에서 활짝 피어나고 있다.
이들을 캐스팅한 제작진의 안목이 놀랍고, 24시간 카메라가 켜진 현장에서 자연스럽게 대처하는 이들의 능수능란함은 더욱 놀랍다.
◇백일섭·김용건…싱글라이프 즐기는 솔직한 할배들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2'는 지난 2월22일 첫방송을 한 이래 연일 백일섭 덕분에 화제를 모은다.
2013~2014년 tvN '꽃보다 할배'를 통해 이미 관찰 예능을 경험하고, 그 안에서 자신의 실제 캐릭터를 보여준 백일섭이지만 '살림하는 남자들2'는 또 다르게 다가왔다.
이순재, 박근형, 신구 등과 어울려 다녔던 '꽃보다 할배'와 달리, '살림하는 남자들2'에서 백일섭은 오롯이 자신만의 일상과 사생활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나 그가 결혼 40여년 만에 '졸혼(卒婚)'을 선택했다는 것이 화제성을 높인다. '살림하는 남자들2'는 이혼 대신 졸혼을 선택한 백일섭이 애견을 애지중지하면서 '혼밥'과 '혼술'을 즐기는 일상으로 방점을 찍는다.
백일섭은 무엇보다 놀라울 정도로 솔직하다.
첫방송에서 "서로 예의도 지켜가면서 정답게 살면 같이 사는 게 좋지"라고 말해 성격상 이유로 아내와 따로 살고 있음을 내비쳤던 그는 딸과의 불편한 관계, 이복동생들과의 관계 등도 카메라에 노출했다.
김용건은 2013년 7월부터 MBC TV '나혼자 산다'에 출연 중이다. 현재는 드문드문 게스트 형식으로 등장하지만, 한동안 일상을 공개하며 프로그램의 인기를 견인했고 지금껏 출연진의 '대부' 역할을 맡고 있다.
톱스타 하정우의 아버지이자, 그 자신 유명배우인 김용건은 20여년 전 이혼한 싱글남으로서의 일상을 공개했다.
아들들과 스케줄이 맞지 않아 생일날 혼자서 식당을 찾아 밥을 먹고 케이크를 손수 사 들고 귀가하거나, 요리학원을 다니고, 패러글라이딩에 도전하는 등의 모습이 '쿨'하게 조명됐다.
드라마에서 멋쟁이 신사 역을 주로 맡아온 김용건은 '나혼자 산다'에서 실제 그의 삶도 '로맨스 그레이'와 같음을 보여주며 흥미를 끌었다.
◇윤여정·신구…남녀노소의 꿈에 불 지르다
윤여정과 신구는 tvN '윤식당'을 통해 시청자의 꿈에 불을 질렀다.
무릎에서 칼슘이 쑥 빠져나간 나이, 대부분은 '무위'의 고통에 허우적대지만 '윤식당' 속 윤여정과 신구는 아니다. 멋진 이국 휴양지에서 다양한 국적의 외국인을 상대하며 식당을 운영하는 소박한 일상으로 시청자를 홀린다.
비록 설정이고, 열흘남짓 짧은 기간을 촬영한 예능이지만 '윤식당' 속 윤여정과 신구의 모습은 남녀노소의 보편적인 꿈을 자극했다.
이들보다 한참 어린 대선주자들도 2시간 스탠딩 토론에 힘겨움을 호소하는 판에 식당 주방과 서빙을 책임지며 장시간 서 있어야 하는 윤여정과 신구의 노고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건강한 몸으로 일을 하고, 외국인 관광객들을 영어로 상대하며 일상을 탈출한 이색 체험을 하는 그들의 모습은 시청하는 남녀노소를 흐뭇하게 한다.
◇연륜과 경험으로 무장한 배우의 힘, 예능에서도 통해
이들 배우의 저력은 관찰 예능뿐 아니라 토크쇼에서도 확인된다.
신구와 백일섭은 최근 잇따라 KBS 2TV '해피투게더3'에 출연해 '웃음 폭탄'을 터뜨리며 젊은 스타들을 무색하게 만들었다.
신구는 쌍꺼풀 수술 고백을 하는가 하면, 덩실덩실 탈춤을 췄고, MC들의 허를 찌르는 트릭으로 '뻥구'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백일섭은 "내가 옛날에는 박근형보다 인기가 있었다. 인기가 많아 거리를 쓸고 다닌다는 뜻의 '명동 빗자루'라 불렸다" "내가 배우 강수연을 데뷔시켰다" 등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 이야기를 맛나게 털어놓았다.
청춘스타의 전유물인 줄로만 알았던 예능 프로그램이 이들 어르신으로 인해 한층 풍성해진 것이다.
'살림하는 남자들'의 조현아 KBS 프로듀서는 23일 "어르신 배우들이 연기만 하다 예능을 하면 또 다른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 프로듀서는 "백일섭 씨의 경우도 섭외까지는 공을 들여야했지만 일단 출연하고 나서는 제작진이 생각하지 못한 플러스 알파를 생각해오는 등 방송에 아이디어를 많이 내신다"며 "그분들이 가진 방송 노하우는 제작진의 노하우가 일천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깊이가 있다"고 전했다.
예능은 처음이지만 오랜 연기 경험, 연예계 경험에서 터득한 노하우와 내공이 예능에서도 터져나온다는 것이다.
조 프로듀서는 "나이 많은 배우의 경우는 시청자가 오랜 기간 그분들을 보아왔다는 점이 관찰 예능에서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고 짚었다.
그는 "시청자에게는 자신이 알던 작품 속 배우의 모습과 예능 속 배우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가 크다"며 "친숙하게만 느껴졌던 배우에게서 의외의 모습이 나올 때 더욱 화제가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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