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프로듀싱한 정규 4집 '팔레트'…지드래곤부터 김수현까지 가세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어느새 '믿고 듣는' 음악 브랜드가 됐다.
2008년 15세에 데뷔해 어느덧 10년 차를 맞은 가수 아이유(본명 이지은·24)다.
악플러들의 공격에도, '제제'의 노랫말이 소설 속 5살 아이 제제를 성적 대상화했다는 논란에도, 장기하와의 열애와 결별 소식에도 흔들림 없이 발표곡마다 음원차트 정상을 찍었다.
정규 4집 '팔레트'(Palette) 출시에 앞서 선공개한 두 곡 '밤편지'와 오혁과의 듀엣곡 '사랑이 잘'도 잇달아 음원차트 정상을 밟았다.
4집 발매일인 21일 오후 3시30분 서울 마포구 서교동 신한카드판스퀘어라이브홀에서 열린 쇼케이스에서 아이유는 "선공개로 낸 음원이 이렇게 사랑받을지 몰랐다. 기대를 만족시킬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많이 좋아해 주셔서 정말 행복했다. '밤편지'가 활동 없이 음악 방송 1위를 해 뛸 듯이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아이유가 프로듀싱한 4집에 '팔레트'란 제목을 붙인 건 특정 장르나 스타일에 제한받지 않고 다채로운 10개의 트랙을 채웠다는 의미이다.
아이유는 "팔레트가 여러 색깔을 담고 있다"며 "초등학교 미술 시간에 그림보다 팔레트에 더 관심이 가고 예쁘더라. 그래서 팔레트 자체가 도구이면서 동시에 작품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며 시작한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이번 앨범의 강점으로는 "어떤 앨범보다 곡이 좋다"라며 "스스로 참 마음에 들고, 자신도 있고. 많이들 좋아해 줄 거로 생각한다. 애정이 많이 간다"고 강조했다.
앨범에는 프로듀서 아이유의 영민함이 보인다. 다양성을 위해 자작곡을 고집하지 않고 협업의 문을 열어놓았으며, 적재적소에 필요한 피처링을 기용했다.
빅뱅의 지드래곤과 오혁 등 화려한 피처링 군단과 어떤날 출신 기타리스트 이병우와 싱어송라이터 선우정아, 색소포니스트 손성제 등 장르와 세대를 아우르는 작곡가들이 힘을 보탰다. 신스팝, 발라드, 아르앤드비(R&B), 팝재즈 등 스펙트럼이 넓어 음악성과 대중성을 모두 잡겠다는 의도가 읽힌다. 한류스타 김수현까지 수록곡 '이런 엔딩'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했으니 '대세'들이 한 장의 앨범에 모인 셈이다.
"지금 시점에서 가장 멋지고 자기 분야에서 실력 있는 분들에게 연락했는데 운 좋게 친분이 있었어요."
지드래곤은 아이유의 자작곡인 타이틀곡 '팔레트'에 피처링하고 랩 메이킹을 했다. 한국 나이로 스물다섯인 아이유가 자신의 진솔한 이야기를 포근한 신스 사운드로 풀어낸 곡이다.
아이유는 "음악적으로 지드래곤 선배의 팬이었고 이 곡을 만드는 과정에서 조언을 구했다"며 "어떤 파트에서 멜로디보다 랩이 나오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지드래곤 선배가 가사의 톤을 알고 있고 선배로서의 여유와 위트를 표현해줄 분이어서 부탁했더니 오케이해줬다. 기대 이상의 좋은 랩을 보내주셨다"고 설명했다.
아이유는 그중 이병우와의 작업을 "잊지 못할 추억이 될 것 같다"고 표현했다. 이병우는 '그렇게 사랑은'을 작사, 작곡하고 기타 연주를 해줬다.
"제가 노래하고 이병우 감독님이 연주하면서 원테이크(한 번에 노래하고 연주하는 것)로 녹음했어요. 부를 때마다 템포와 호흡이 달라졌죠. 감독님이 연주하다가 쉬는 숨소리까지 녹음됐고 그걸 살렸어요. 힘들었지만 녹음실에서 한 단락씩 끊어서 계산해서 녹음할 때보다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어 더 꼼꼼하게 녹음한 것 같아요."
아이유는 처음 프로듀싱한 미니앨범 '챗셔'의 수록곡 '제제'의 가사 논란을 의식한 듯 "이번이 두 번째 프로듀싱인데 그때 신경 쓰지 못한 부분이 있어서 이번에는 놓치고 지나간 부분이 없도록 꼼꼼하게 철저히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노랫말에는 스물다섯 아이유의 생각과 감성이 펼쳐진다.
'팔레트'는 지난 앨범의 '스물셋'과 맥을 같이 하는 곡으로 일기장에 쓰는 말을 그대로 옮겨 가사로 만들었다.
그는 "'스물셋'에선 극과 극인 저의 다른 모습을 솔직하게 드러냈다면, 2년이 지나서는 제가 좋아하는 걸 또박또박 짚어내 자신에 대해 좀 알 것 같다는 곡"이라고 말했다.
대신 남녀의 권태기를 다룬 노래인 '사랑이 잘'은 자신의 경험담(장기하와 결별)과 거리가 먼 곡이라고 했다.
"경험담을 녹이기보다 오혁과 제가 '넌 그런 남자', '넌 이런 여자'라고 새로운 캐릭터가 돼서 말을 핑퐁처럼 주고받으며 가사 작업을 했어요. 동갑내기 친구여서 의견 마찰이 있었지만 잘 절충해서 만족하는 결과가 나왔죠. 서로 고집부리고 서로 양보했어요."
그러면서 "사실 작사의 여부와 상관없이 진심으로 내가 불렀는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노래도 생각의 표현이니 머리를 거쳐서 말을 뱉었는지가 중요해졌다. 단순히 소리를 내기보다 제 생각을 얘기하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웃었다.
올해로 10년 차를 맞은 그는 대표적인 '음원 퀸'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는 "'음원 퀸'이 근사한 말이라서 내 것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며 "요즘 음원 강자가 많아 나도 끼워주니 좋다. 내 수식어라고 생각해본 적이 없어 부담을 느낀 적도 없다"고 말했다.
이 시간을 보내며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그는 "아직도 똑같이 어색한 부분은 어색해 뭔가 능숙해진 부분은 없다"며 "다른 점이 있다면 나를 잘 아는 스태프가 생겨 활동을 편하고 자유롭게 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스물다섯 자신에 대한 생각도 털어놓았다.
"제가 가수이고 여자이고 이런 카테고리를 나눠 생각해본 적이 없어요. 스물다섯의 저는 이제 조금 스스로에 대해 알 것 같은 나이가 됐어요. 절 달랠 방법도 알고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되더라'란 데이터가 생긴 나이죠. 저를 응원해주는 분들이 많아졌으니 책임감도 생각하게 됐고요."
mi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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