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범인 가족 3명 구금 조사 중…벨기에 내무 "범인은 프랑스 국적"
르펜, 정부에 국경통제·위험인물 즉각추방 요구…총리 "품위 지켜라" 우회 경고
(파리=연합뉴스) 김용래 특파원 = 파리 샹젤리제 거리에서 테러조직 이슬람국가(IS) 추종자로 보이는 남자가 경찰 차량에 총격을 가해 3명의 경찰관 사상자가 발생하자 프랑스 정부가 군경 특수부대 총동원령까지 내리며 대선 경비를 대폭 강화했다.
주요 대선 주자들은 지방 유세일정을 전면취소하고 입장발표를 준비하며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특히 프랑스 내 무슬림(이슬람교도)과 개방적 이민정책에 가장 강하게 반대해온 극우성향 대선후보 마린 르펜은 정부에 국경 통제와 테러 위험인물 리스트에 오른 외국인의 즉각 추방을 요구하는 등 이번 테러를 '호재'로 삼는 분위기다.
프랑스 총리는 이번 테러를 자신들의 선거운동에 이용하려는 진영을 겨냥해 "책임있는 자세와 품위를 지켜달라"며 선거열기 과열을 경계했다.
◇군경특수부대 총동원령…르펜, 정부에 국경통제·위험인물 즉각추방 요구
프랑스 정부는 오는 23일과 5월 7일 치러지는 대선 1·2차 투표를 전후로 경찰력 5만명 배치계획 외에 군경 특수부대를 총동원해 경계태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베르나르 카즈뇌브 총리는 21일 오전(현지시간)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엘리제 궁에서 한 시간 남짓 주재한 국가안보회의를 마친 뒤 연 기자회견에서 "정부가 대선 국면에서 시민들을 테러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군경을 총동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리는 대선 경비근무에 5만명의 경찰력을 투입하기로 한 기존의 방침에 더해 군경의 모든 특수부대도 추가로 최고 경계태세에 돌입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총동원됐다"면서 "프랑스 민주주의의 근간인 선거에 방해가 되는 일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적들이 제기하는 공포와 위협에도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즈뇌브 총리는 특히 "모든 이들이 책임을 지는 자세와 품위를 유지해야 한다"면서 "우리가 싸워야 할 것은 몽매와 불관용으로, 그 어느 때보다 단결의 정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총리의 이런 발언은 이번 테러를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확대 해석해 이용하려는 대선 후보 캠프들에 대한 '경고' 의미로 풀이된다.
이번 테러가 그동안 강경한 테러 대응과 반(反) 이슬람 정서에 기대온 국민전선(FN) 대선후보 마린 르펜에게 유리한 측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르펜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에 즉각 국경 통제를 강화하고 정보당국의 테러 위험인물 리스트에 오른 외국인들을 즉각 추방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RFI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냉철한 머리로 강하게 (안보상황을) 장악해야 한다"면서 "순진하게 생각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등 이번 사건을 '호재'로 삼아 반(反) 이민과 반(反) 이슬람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현재 르펜과 근소한 차이로 앞서며 지지도 1위를 달리는 중도신당 '앙 마르슈'의 후보 에마뉘엘 마크롱은 이날 루앙과 아라스 지역에서 예정된 대규모 지방유세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RTL 방송에 출연한 그는 "우리를 공격한 이들이 원하는 것은 죽음과 그 상징으로, 공포를 조장해 민주주의 과정인 이번 선거를 방해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테러가 23일 1차 투표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느냐는 물음에는 "아무도 모른다"며 즉답을 피했다.
마크롱은 르펜이 자신이 국가를 경영했다면 이런 테러는 없었을 것이라고 발언한 것에 대해선 "그(르펜)는 우리 시민들을 보호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선되면 곧바로 프랑스 정보당국들의 테러 관련 첩보수집과 대응을 총괄조정하는 대테러 태스크포스를 꾸리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마크롱 캠프는 이날 정오에 기자회견을 열어 테러에 대한 입장을 공식 표명할 예정이다.
제1야당 공화당 후보 프랑수아 피용도 유세일정을 전면 취소하고 이날 오전 공식 입장발표를 준비 중이다.
◇샹젤리제 원활소통, 부상 경찰관들 회복중…벨기에 "범인 국적은 프랑스"
테러범의 총에 맞아 중상을 입은 2명의 경관은 현재 위중한 상황은 벗어나 점차 안정을 찾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장에서 총상을 입고 후송돼 치료를 받는 경찰관 2명 중 한 명은 부상 정도가 심한 편이지만 둘다 현재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프랑스 내무부가 밝혔다.
테러가 일어난 샹젤리제 거리도 전면 통제를 해제하고 현재 왕복 8차로 모두 정상 소통되고 있다.
파리 시내에서 가장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곳 중 한 곳인 샹젤리제 거리에서 총격전이 일어났는데도 민간인 사상자가 없는 것은 현장의 경찰관들이 기민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라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사건 당시 날아온 총탄에 무릎 부분을 스쳐 경상을 입은 관광객 한 명을 제외하고는 민간인 부상자나 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다.
프랑스국립경찰 대변인 제롬 보네는 BFM TV와 인터뷰에서 "수천 명의 시민들이 몰리는 파리의 상징적인 거리에서 범인이 총을 쏘아댔지만, 현장의 경찰관들이 신속하게 범인을 제압해 대참사를 피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숨진 범인의 가족 세 명을 구금한 뒤 이번 테러에 가담했는지 등을 추궁하고 있다.
한편, IS가 사건 발생 직후 벨기에인 조직원이라고 밝힌 범인의 국적은 벨기에가 아닌 프랑스라고 벨기에 내무장관이 밝혔다.
얀 장봉 벨기에 내무부 장관은 VRT 방송에 출연해 "현재 조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현재 확인할 수 있는 것은 범인이 프랑스 국적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IS는 21일 저녁 사건 발생 직후 연계 매체인 아마크 통신을 통해 이번 사건이 "아부 유시프 알-벨지키라는 이름의 IS 조직원이 저질렀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름 뒷부분의 '벨지키'는 아랍어로 벨기에인이라는 뜻이다.
yongla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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