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서 인내심·선구안 개선돼 스트라이크만 공략
(서울=연합뉴스) 장현구 기자 = 미국 스포츠전문 채널 ESPN이 올해 메이저리그 초반 거센 돌풍을 일으키는 KBO리그 출신 타자 에릭 테임즈(31·밀워키 브루어스)의 약물 의혹을 일축하고 지금 기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ESPN은 시즌 초반 여러 선수와 구단이 쏟아낸 경이적인 숫자를 22일(한국시간) 인터넷판 기사에서 소개하면서 테임즈의 타격 기록을 맨 위에 올렸다.
NC 다이노스에서 3년간 활약하는 동안 통산 타율 0.349, 홈런 124개를 올려 KBO리그를 평정하고 올해 메이저리그로 복귀한 테임즈는 전날까지 타율 0.415를 치고 출루율 0.500, 장타율 0.981을 기록했다.
홈런은 8방을 쏘아 올려 메이저리그 전체 타자 중 1위를 질주하는 등 '테임즈 신드롬'을 불렀다.
기사를 작성한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쇤필드는 "테임즈의 놀랄만한 시즌 출발이 모두에게 환영받는 건 아니다"면서 경기력 향상 물질 복용 의혹을 제기한 시카고 컵스 투수 코치 크리스 보시오와 같은 팀의 선발 투수 존 래키의 반응을 소개했다.
보시오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테임즈는 내가 오랫동안 보지 못한 플레이를 선보이고 있다"면서 "누구도 테임즈를 모르기 때문에 매우 어려운 수수께끼와 같다"고 했다.
알려지지 않은 선수가 엄청난 기록을 쏟아내 당혹스럽다며 약물 의혹을 제기한 것이다.
래키도 "테임즈의 활약을 보면 여러분도 어리둥절할 것"이라며 이런 의혹에 힘을 보탰다.
보시오와 래키는 '어리둥절하게 만들다, 황당하다'는 뜻을 강조하고자 머리를 긁다는 뜻의 'scratch'를 사용했다.
그러자 칼럼니스트 쇤필드가 "컵스는 아마 벼룩 검사를 해야 할 지 모르겠다"며 이런 시선을 정면으로 꼬집었다.
쇤필드는 오랫동안 이런 경기력을 보지 못했다던 보시오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특정 시점에서 15경기를 추렸을 때 테임즈처럼 가공할 공격력을 보인 선수를 차례로 나열했다.
테임즈의 동료 라이언 브라운은 지난해 8월 1∼15일 15경기에서 타율 0.381, 출루율 0.449. 장타율 1.000의 빼어난 기록을 남겼다.
콜로라도 로키스의 찰리 블랙먼은 같은 해 8월 16∼31일 0.443의 타율, 0.533의 출루율, 0.902의 장타율로 역시 주변을 놀라게 했다.
심지어 컵스의 크리스 브라이언트도 같은 기간 블랙먼과 비슷한 성적을 올렸다.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한솥밥을 먹는 타자의 맹타를 보고서도 이런 불방망이를 처음 봤다던 보시오 코치와 래키의 주장에 설득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쇤필드가 강조한 셈이다.
쇤필드는 테임즈가 현재 기세를 계속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프로야구 KBO리그로 건너가기 전보다 훨씬 영리한 타자로 진화했다는 이유에서다.
쇤필드는 "테임즈가 전에는 아무 공에나 마구 스윙하는 타자였다면, 메이저리그보다 훨씬 자주 변화구로 방망이를 꾀어내는 KBO리그를 경험한 뒤로는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난 공을 치지 않는다"면서 스트라이크만 공략하는 선구안에 높은 점수를 줬다.
그러면서 테임즈가 KBO리그를 거친 뒤 타석에서의 인내심이 크게 개선됐기에 지금처럼 좋은 활약을 펼칠 수 있었다고 평했다.
ESPN은 이 밖에도 프레디 프리먼(애틀랜타)과 아비사일 가르시아(시카고 화이트삭스)의 깜짝 놀랄만한 타격지표, 안정을 찾은 콜로라도 로키스 불펜의 낮은 평균자책점, 짜임새 좋은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의 선발 투수진, 그리고 기대 이하의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수비 등을 시즌 초반 관심 대상으로 거론했다.
cany9900@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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