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선은 국수주의·반세계화 확산 갈림길"
몸 달아오른 트럼프는 극우 르펜 직접 옹호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오는 23일(현지시간) 시작되는 프랑스 대통령 선거가 '트럼피즘'의 미래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프랑스 대선에서 서구 유권자들은 국수주의와 이민 배척주의와 같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장을 계속해서 받아들일지 판단하게 된다며 트럼피즘이 가장 큰 시험을 치르게 됐다고 21일 보도했다.
트럼피즘이란 트럼프 대통령이 주창하는 반(反)이민·보호무역주의·반세계화 등에 대중이 열광하는 현상을 뜻하는 신조어다.
이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더불어 전 세계에 들어닥친 국수적 포퓰리즘 돌풍을 대변하는 용어로 쓰인다.
NYT에 따르면 지난 1월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할 때만 해도 그의 보좌관들은 트럼프의 당선이 유럽에 포퓰리즘 물결을 확산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런 전망은 민족주의가 수십 년간 기를 펴지 못했던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심지어 독일에서까지 최근 극우정당이 득세하면서 힘을 얻었다.
특히 프랑스 대선을 앞두고 트럼프와 같은 반이민·반세계화를 내건 극우정당 국민전선(FN)의 마린 르펜 대표가 크게 선전해 그런 전망은 더 구체화했다.
그러나 트럼피즘은 작년 12월 오스트리아 대선과 지난달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정당이 잇따라 국민의 배척을 받으면서 가파른 기세가 꺾였다.
포퓰리즘이 반격 기회로 삼을 이번 프랑스 대선은 트럼피즘과 기성 반대세력의 건곤일척이 돼버렸다.
특히 트럼피즘의 주창자인 트럼프 대통령과 이와 상반된 성향을 드러내온 버락 오바마 전임 미국 대통령이 후보들을 미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극우 후보인 르펜을 지지했고 오바마 전 대통령은 공식 지지는 아니라면서도 그 대척점에 있는 마크롱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덕담을 건넸다.
트럼프 대통령의 르펜 지지는 자못 심각했다.
그는 최근 AP와의 인터뷰에서 "르펜이 국경 문제와 프랑스에 일어나는 일에 가장 강경하다"며 "누구든 급진적 이슬람 테러리즘에 가장 엄격한 사람이 프랑스 대선에서 잘 될 것"이라며 르펜에 대한 지지를 밝혔다.
또 20일 밤 파리에서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하는 테러가 발생하자 트위터에 "프랑스 국민은 더는 테러 공격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고, 이번 사건이 프랑스 대선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라며 프랑스 대선에 큰 관심을 보이기도 했다.
NYT는 트럼프의 '오른팔'으로 불리는 스티븐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한때 운영했던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 뉴스가 파리와 베를린에 사무실을 개소한 것도 트럼프의 의중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미국 역대 대통령들이 일반적으로 다른 나라의 내정에 개입하는 것을 피해온 것을 고려할 때 트럼프의 행보는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vivid@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