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한국관광] "제주에 중국인 관광객 없어 좋아요"

입력 2017-04-23 07:01  

[다시 뛰는 한국관광] "제주에 중국인 관광객 없어 좋아요"

중국인 빠진 제주도, 내국인 관광객 '북적'…불친절·대중교통 등은 '숙제'

(제주=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중국 정부의 한반도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사라진 제주도는 현재 어떤 모습일까.

썰렁한 모습일 것이라는 예상과 반대로 유채꽃이 만발한 4월의 제주도는 여전히 관광객으로 붐볐다.

중국인 관광객이 사라진 제주도는 내국인 관광객들에게 전보다 더 매력적인 관광지였다.






◇ "중국인으로 안 붐벼 좋아요"…내국인 관광객 늘어

지난 20일 기자가 찾은 제주 국제공항은 내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평일인 데다 날씨까지 흐린데도 짐을 찾으려는 사람들, 일행을 기다리는 사람들, 공항 밖으로 나가려는 사람들이 뒤엉켜 정신이 없을 정도였다. 교복을 입고 수학여행을 온 학생들도 많았다.

공항에서 나와 청보리밭이 아름답다는 가파도를 가기 위해 모슬포항으로 이동하던 도중 유채꽃이 피어있는 송악산에 들렀다.마라도나 가파도를 가는 배를 탈 수 있는 모슬포항 근처에 있으면서 한라산을 볼 수 있어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송악산 입구에는 관광버스가 계속 도착해 관광객을 쏟아냈다. 관광버스에서 내리는 관광객들은 모두 알록달록한 등산복을 입은 중년의 내국인 관광객들이었다.

이후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고 남쪽으로 5.5㎞ 정도 떨어진 가파도에 도착하자 기자가 타고 온 배를 다시 타고 본섬으로 돌아가려는 사람들이 길게 줄을 서 있었다. 그 줄 옆을 걸어 섬으로 들어갔지만, 중국어는 단 한마디도 들리지 않을 정도로 모두 내국인 관광객이었다.

제주도에서 만난 내국인 관광객들은 대부분 '중국인으로 붐비지 않아 관광하기 좋다'는 반응을 보였다.

가파도에서 배를 기다리던 박 모(38·여) 씨는 "회사에서 연차를 쓰라고 해서 회사 사람들이랑 내수 활성화를 위해 제주도를 찾았다"며 "작년 가을에 왔을 때는 중국어도 많이 들리고 시끄럽고 복잡했는데 이번엔 그렇지 않아서 좋다"고 말했다.

박 씨는 "제주 도민들 입장에서는 중국 관광객들이 안 오면 안 좋겠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국인이 없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송악산에서 만난 한 중년 여성 관광객도 "중국인들 발에 안 걸려서 좋다"며 "다 쫓아버렸으면 좋겠다"고 강하게 말했다.

부산에서 계원들과 제주도로 단체관광을 왔다는 이 모(70·여) 씨도 "2박 3일 일정으로 왔는데, 음식도 좋고 (제주도가) 다 좋았다"며 "중국인이 많지 않아 특히 좋았다"고 전했다.

이 같은 내국인 관광객들의 반응을 반영하듯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내국인 관광객 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9.5% 증가했다.

제주도에서 가이드로 일하고 있는 김경열 씨는 "그동안에는 중국인이 너무 많이 와서 항공권 좌석이나 객실이 부족해 내국인이 별로 오지 못했었다"며 "중국인 발길이 하루아침에 딱 끊어지니까 내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와주고 계신다"고 말했다.






◇"카드는 안 받아요" 불친절, 불편한 대중교통은 개선돼야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과거에는 중국인 관광객, 지금은 다시 내국인 관광객의 사랑을 받는 제주도이지만 개선돼야 할 사항도 눈에 보였다.

관광지의 일부 가게 등은 불친절하고 카드를 받지 않는 등 관광객 입장에서 충분히 불편할 만한 사항이 있었다. 대중교통이 불편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기자가 가파도에 있는 한 상점에서 아이스크림을 두 개 꺼내 들고 카드를 내밀자 주인은 퉁명스럽게 "카드는 안 받는다"고 말했다.

아이스크림은 소액이라 카드를 받지 않는 것으로 생각하고 근처에서 소라나 해삼 등을 파는 음식점에 카드를 받는지 물었다. 그러나 주인은 한 접시에 몇만 원씩 하는 회를 팔면서도 "카드는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심지어 가게 계산대에는 카드 결제기가 설치돼 있었다.

아울러 아이스크림 상점 주인은 바로 옆에서 민박도 운영하고 있었는데 가파도에서 묵을 예정인 한 손님이 "더 깨끗한 방 없어요?"라고 묻자 젊은 손님에게 호통을 치듯이 "딴 데 가서 알아보라"고 소리를 질러 옆 사람까지 위축되게 만들었다.

섬을 한 바퀴 돌아도 현금인출기(ATM)를 발견하기는 어려워 만약 현금을 충분히 가지고 가파도에 오지 못했다면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물론이고 여행 기분도 망치게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공항에서 만난 한 모(60·여) 씨도 비슷한 내용을 지적했다.

한 씨는 "보말 칼국수 맛집이라고 해서 일부러 멀리서 찾아갔더니 불친절한 것은 물론이고 주인이 머리가 산발인 상태로 앞치마도 안 입고 요리를 했다"며 "음식을 집던 손으로 신용카드를 받아서 계산하는 등 위생 관념도 없어 보였다"고 지적했다.

한 씨는 "그래서 그런지 음식 맛도 없게 느껴지고 나도 모르게 눈치를 보면서 밥을 먹게 됐다"며 "관광객이 많이 찾아온다고 해서 기본적인 것도 지키지 않고 장사하는 것 같아 언짢았다"고 덧붙였다.

렌터카를 빌리지 않고 대중교통으로만 여행을 다니기에 불편하다고 토로하는 관광객들도 있었다.

공항에서 만난 송 모(37·여) 씨는 "지난해 대중교통만으로 제주 여행을 했는데 너무 고생했던 기억이 있어서 이번엔 단체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왔다"며 "안내문이 잘 돼 있다고 하지만 막상 이용하려는 사람 입장에서는 헷갈릴 수밖에 없고 버스 안 안내방송이 나오지 않을 때도 있어서 '천지연' 폭포를 가려다 '천제연' 폭포로 잘못 간 적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제주도에서 버스를 이용해 여행할 때 스마트폰 지도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어떤 버스를 타고 가야 하는지는 알 수 있지만, 한 노선을 버스 1~2대가 운행하는 등 배차간격이 긴 경우가 많다.

관광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버스 노선의 경우 배차간격도 비교적 짧고 온라인상에 정보도 많은 편이지만, 많은 관광객이 찾지 않는 곳이나 중 산간 지방은 버스로 이동하기 쉽지 않다.

서울에서 온 김 모(29·여) 씨는 "운전면허가 없을 때 혼자 제주도 여행을 오려고 했다가 대중교통 편을 알아보니 중 산간 지방으로는 잘 다니지도 않고 배차시간도 너무 긴 것 같아 포기했다"며 "이후 운전면허를 따고 나서야 혼자도 자유롭게 제주를 올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dyle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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