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당 후보들 모두 개헌 약속…새 정권 첫 1년내 개헌안 도출 주목
"국회 중심으로 개헌 추진, 정부·청와대는 국정현안 챙겨야"
국정현안 챙기기·개헌 논의 관리 '투트랙' 과제
(서울=연합뉴스) 홍정규 기자 = 5·9 대통령선거로 출범할 차기 정권에 헌법 개정은 숙명 같은 과제다.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된 원인으로 현행 '제왕적 대통령제'가 꼽히는 데다, 과거 어느 때보다 개헌에 대한 열망이 뜨겁기 때문이다.
24일 현재의 선거 구도가 이어질 경우 누가 당선되든 여소야대(與小野大)라는 점에서 개헌은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한 현실적 문제이기도 하다.
이미 정치권에서 개헌 논의는 무르익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파면을 가져온 '최순실 사태'와 함께 개헌론이 제기됐고, 국회 개헌특별위원회가 올해 초 가동됐다.
개헌특위는 지난 1월 5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지난 12일까지 13차례 회의를 열었다.
특히 가장 최근에 열린 13차 회의에서 주요 5개 정당의 대선후보들은 집권할 경우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명확히 했다.
개헌의 내용에 대해선 후보마다 차이가 있지만, 개헌의 필요성은 모든 후보가 인정한 것이다.
개헌특위 이주영 위원장은 "대선후보들이 국회에서 개헌에 대한 의견을 발표한 것은 우리 헌정사에 전례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는 2022년 대선부터 대통령 4년 중임제로 전환할 것을,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와 양원제를 각각 제시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뚜렷한 권력구조 개편 방향을 제시하는 대신 집권 후 청와대에 관련 태스크포스(TF)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통일 전 대통령 4년 중임제, 통일 후 의원내각제를 주장했다. 정의당 심상정 후보는 분권형 대통령제 또는 의원내각제 구상을 밝혔다.
이들 가운데 유 후보를 제외한 4명은 2018년 지방선거 때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를 하자는 입장이다.
대다수 후보의 약속대로 내년 6월 개헌 국민투표가 실시될 경우 다음 달 대선 이후 1년 안에 개헌안이 완성돼야 하는 셈이다.
문제는 개헌이 다른 이슈를 모조리 집어삼키는 '블랙홀'로 여겨지고,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는 점이다.
과거 대통령들이 당선 전에는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다짐하고도 막상 당선되고 나면 개헌에 소극적 자세를 보였던 이유이기도 하다.
임기 내 뚜렷한 성과를 내고, 이를 바탕으로 정권을 재창출해야 하는 현직 대통령으로선 개헌이 블랙홀로 작용하는 것을 달가워할 리 없다.
더구나 국정 운영 동력이 가장 강한 임기 첫 1년을 개헌에 쏟아부을 경우 자신이 구상했던 개혁 과제들은 제대로 다루지 못할 것이라고 걱정할 수 있다.
다만 1987년 이후 30년째 이어진 5년 단임 대통령제를 이제는 바꿔야 한다는 국민적 여론이 비등한 만큼, 차기 대통령도 이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을 전망이다.
올해 들어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개헌 찬성 의견은 60∼70%대에 달했다. '대선 전 개헌'은 무산됐지만, 가급적 이른 시기에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권력구조뿐 아니라 국민의 기본권이나 입법·행정·사법부의 구성과 기능도 시대의 변화에 맞게 바꿀 때가 됐다는 견해도 힘을 얻는다.
개헌특위 자문위원단 공동위원장인 김원기 전 국회의장은 "유력 후보들이 국회에서 한 약속이 기록되고 보도된 만큼, 누구도 식언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차기 정권의 임기가 시작되면 안보와 경제 등 국정 현안과 개헌을 '투트랙'으로 다루는 게 바람직하다고 김 전 의장은 지적했다.
개헌도 개헌이지만, 박 전 대통령 탄핵 이후 5개월 동안 '대통령 권한대행' 체제로 지내면서 발생한 국정 공백을 메워야 하는 측면도 있다.
국회에서 개헌특위를 통해 여론을 수렴하고, 청와대와 정부는 국정에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김 전 의장은 강조했다.
그는 "여러 정파가 타협해 개헌 시기와 절차를 정하고, 국회 공청회로 여론을 들으며 단일안을 도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중심으로 개헌을 추진하고 정부와 청와대가 다른 국정 현안을 챙기면 개헌이 블랙홀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는 "과장된 얘기고, 지나친 염려"라고 덧붙였다.
zheng@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