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행 장소도 외국인 근로자 많은 곳 골라
(경산=연합뉴스) 김용민 기자 = 경산 자인농협 하남지점 권총 강도 용의자 김모(43)씨는 영화배우 뺨치는 연기력을 보였으나 결국 폐쇄회로 TV에 꼬리를 잡혔다.
경찰은 사건 현장 폐쇄회로 TV 화면을 분석하다 자전거를 싣고 가는 화물차를 발견하고 운전자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추적한 끝에 22일 오후 충북 단양에서 김씨를 붙잡았다.
경찰은 지난 20일 오전 11시 55분 사건이 발생한 뒤 범인이 한국인이 아니라 외국인일 가능성이 크다고 봤다.
"우리말이 어눌했다"는 농협 직원들 진술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들은 범인은 "(돈을)담아"란 말만 서너 번 반복했고 "핸드폰", "(금고)안에" 등 간단한 단어만, 그것도 매우 어눌하게 사용했다고 했다.
또 범인은 말보다 몸짓을 많이 했다.
한 문장은커녕 두 단어 이상도 아닌 한 단어만, 그것도 분명치 않은 발음으로 내뱉은 점으로 미뤄 누가 봐도 범인이 한국인이 아닐 거라는 추론이 가능했다는 지적이다.
더구나 사건 현장이 동남아 출신 등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일하는 공단 근처라는 점도 범인이 외국인일 가능성을 뒷받침했다.
범행 후 자전거를 타고 도주한 것 또한 이런 추측에 힘을 보탰다.
금융 기관을 대상으로 강도를 저지른 사람이 차나 오토바이가 아닌 자전거를 타고 도주하는 것은 국내 총기 강도 사건에서 전례를 찾기 힘든 일이다.
이 때문에 범인이 자전거를 많이 이용하는 동남아 출신 외국인 근로자일 거라는 얘기도 그럴듯하게 나돌았다.
그러나 용의자 김씨는 범행에 사용한 자전거를 자기 화물차에 싣는 장면이 폐쇄회로 TV에 찍히는 바람에 결국 꼬리를 잡혔다.
마지막 연기가 서툴렀던 셈이다.
yongmi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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