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정부, 컨트롤타워부터 명확히 세워야 구조조정 성공"

입력 2017-04-23 08:12  

"차기 정부, 컨트롤타워부터 명확히 세워야 구조조정 성공"

유일호 부총리 역할 부재속 '컨트롤타워' 논란 지속

한진해운·대우조선 구조조정서 부처간 이견 돌출

(서울=연합뉴스) 박초롱 기자 = 지난 1년간 진행된 한진해운과 대우조선해양[042660]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반복적으로 불거진 것은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이다.

물론 표면적으로는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총괄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라는 컨트롤타워가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유 부총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정교한 구조조정안이 나오지 않고, 정부 부처 간 갈등만 밖으로 불거진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차기 정부는 컨트롤타워부터 명확하게 세워야 아직 갈 길이 먼 조선·해운·철강·유화 등 산업 구조조정에 성공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 표면적 컨트롤타워 '산업경쟁력 관계 장관회의'

박근혜 정부가 본격적으로 기업 구조조정이라는 의제를 꺼내 든 것은 2015년 하반기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 중국 경제의 경착륙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경기 부진이 길어지자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인 이익으로 이자도 갚지 못하는 한계기업이 급증하던 때였다.

이에 정부는 2015년 10월 조선, 해운, 철강, 석유화학, 건설 등 5대 취약업종을 선정하고 구조조정을 벌이기로 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조선업의 경우 전반적 공급 과잉 문제를 풀기 위해 몸집 줄이기(다운사이징)를 추진하고, 해운업의 경우 개별 회사의 유동성 문제는 자체적으로 해결한다는 업종별 구조조정 기본방향을 세웠다.

2016년 4월에는 각 산업을 경기민감업종, 상시구조조정 업종, 공급과잉업종 등 3가지로 분류한 '구조조정 3트랙'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의욕적으로 추진되는 듯했던 구조조정 과정에서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이 격화한 것은 지난해 5월 구조조정 실탄 마련을 위한 국책은행 자본확충을 모색하는 과정에서였다.

기획재정부·금융위원회·한국은행 등 각 기관의 입장이 달라 진통을 겪으면서 결국 11조원 규모의 자본확충펀드는 발권력 동원 논란만 불러일으키곤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다.

이후 정부는 2016년 6월 유일호 부총리가 주재하는 '산업경쟁력 강화 관계장관회의'를 신설, 구조조정과 관련한 굵직한 의사결정을 내리기로 했다. 이후 이 회의체가 컨트롤타워라고 계속해서 강조해왔다.






◇ 한진해운 이어 대우조선 구조조정서도 이어진 논란

그러나 컨트롤타워 부재 논란은 지난해 8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과정에서 또다시 불거졌다.

금융위는 금융 측면에서, 해운업 주무부처인 해양수산부는 산업 측면에서 구조조정에 접근해온 가운데 대비를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한진해운 법정관리를 맞았다.

법정관리 가능성이 고조됐지만 어느 정부 부처도 피해 예상 규모를 구체적으로 내놓지 못했으며, 한진해운 소속 선박이 몇 척이나 바다에 떠 있는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결국, 한진해운의 배가 억류되고 입항·하역 거부 사태가 벌어지는 등 물류 대란이 일어나고서야 9개 부처가 참여하는 관계부처 합동 태스크포스(TF)가 꾸려졌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행(行)이 결정된 지 닷새가 지난 이후였다.

여러 정부 부처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구조조정을 컨트롤타워가 총괄 지휘하지 못하는 현상은 조선업 구조조정을 둘러싸고도 그대로 이어졌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발표한 조선업 경쟁력 강화 방안을 통해 대우조선을 정리하지 않고 '조선 빅3'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빅2' 쪽에 무게를 실은 산업통상자원부와 '빅3' 유지를 원한 금융위원회 사이에 이견이 불거졌다.

지난달 대우조선에 신규자금 2조9천억원을 투입한다는 추가 구조조정 방안이 나왔을 때도 금융위는 대우조선이 도산할 경우 최대 59조원의 사회·경제적 피해가 전망된다며 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산업부는 "기업회생 절차를 전제로 한 피해액은 17조원"이라며 다른 숫자를 내놓아 파문이 일었다.

이 와중에 국민연금은 대우조선의 채무 재조정 안에 대한 찬성·반대 여부를 결정하지 못하고 끌다가 막판에서야 어렵사리 찬성표를 던졌다.

삼성물산[028260]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했던 전직 임원들이 최순실 게이트에 휩싸여 구속되는 모습을 본 국민연금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주체는 없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은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공공연하게 "국민연금이 컨트롤되지 않는다"는 하소연을 했다.






◇ "산업에 대한 장기 전망 세워 구조조정해야"



대선 국면에서 정치권도 손을 놓았다.

2015년 10월 대우조선에 4조2천억원 지원한 경위를 따지느라 청문회까지 연 정치권은 신규자금 2조9천억원 지원의 타당성에 대해선 따져 묻지 않았다.

대선 주자들은 말을 아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언론 인터뷰에서 "원칙 있는 구조조정을 통해 대우조선해양과 조선산업을 반드시 살려낼 것"이라고 밝힌 정도다.

물론 대선 후보의 발언이 구조조정에 유무형의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의견을 표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는 시각도 있으나, 표를 의식한 정치권의 태도는 잇따라 청문회가 열렸던 지난해와는 사뭇 달랐다.

전문가들은 다음 달 대선 이후 출범할 차기 정부는 우선 범정부적 컨트롤타워와 상시적 구조조정 체계부터 정비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윤석헌 서울대 경영대 객원교수는 "해운·조선업 등 산업에 대한 정부의 연구·조사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산업에 대한 장기 전망과 비전이 부족하다 보니 결과적으로는 '금융' 부문이 칼자루를 쥐고 정리하는 형태가 된다"고 말했다.

이번 대우조선 구조조정 과정에서도 정부가 조선업 판도를 바라보는 산업적 통찰력과 전략이 부족한 상황에서 움직여 국민연금 등 이해관계자들의 동참을 끌어내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는 분석이다.

윤 교수는 "우선 구조조정 컨트롤타워부터 바로 세운 뒤 대우조선 등의 구조조정 과정을 다시 한 번 리뷰해 보고, 어떤 식으로 끌고 나갈지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GM·크라이슬러 법정관리 때 버락 오바마 당시 대통령은 이들 회사가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규모를 고려해 이 사안을 특별히 챙겼다"며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생각하면 대우조선도 만만치 않은 회사이기 때문에 차기 대통령이 책임을 지고 구조조정 과정을 지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 국책연구원 고위 관계자는 "대우조선의 경우 책임을 감당할 주체가 애매모호해 사태 해결에 시간이 걸렸다"며 "구조조정에 오랜 시간이 걸릴수록 국민경제가 감당해야 하는 비용은 커진다"고 지적했다.

c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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