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문정식 기자 =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세계 최대 전기차시장인 중국에서 입지를 상실하지 않기 위해 현지에서 전기차 생산에 나설 채비를 하고 있다.
24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폴크스바겐(VW)과 제너럴모터스(GM), 도요타 등은 지난주 개막한 상하이 모터쇼에서 전기차의 중국 현지 생산 계획을 잇따라 발표했다.
VW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순수 전기차 등 모두 8개 모델을 중국 현지에서 생산한다는 방침이다. 오헴 하이츠만 폴크스바겐 중국 법인 CEO는 오는 2025년에 150만대의 친환경 자동차를 판매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GM은 뷰익의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인 쉐보레 볼트를 중국 측 파트너인 상하이 자동차와 합작 생산할 계획이다. 다만 2025년의 목표 판매대수는 폴크스바겐보다 상당히 적은 50만대 정도로 잡고 있다.
하이브리드와 수소 전지 자동차를 고집했던 도요타조차도 전기차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밝혔고, 상하이 모터쇼에 앞서 포드자동차는 전기차의 현지 생산을 시작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유명 자동차 회사들 가운데서는 상하이 모터쇼에 참가하지 않은 테슬라만이 거의 유일하게 전기차의 중국 현지 생산 여부에 대해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상태다.
세계적인 자동차 회사들이 중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키로 한 것은 이런 흐름을 외면할 경우, 세계 최대의 전기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입지를 상실할 수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해 중국에서 판매된 전기차는 약 35만대로 글로벌 판매량의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중국이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전기차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우대책을 제시하고 있어 시장은 더 빨리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애널리스트들의 대체적 시각이다.
중국 정부의 압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내년부터 전체 생산 대수를 기준으로 일정 비율의 전기차 혹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를 현지에서 생산토록 하는 방향으로 업계와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이 수입차에 25%의 관세를 매기고 있어 현지 생산은 일단 유리하다. 하지만 중국 합작 파트너와 수익을 나눠 갖는 형태여서 불리한 측면도 없지 않다.
중국의 전기차 수요, 중국산 배터리를 사용하라는 요구와 지식재산권 침해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크다. 이 때문에 몇몇 자동차 회사 관계자들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않고 있다. 상하이의 리서치 업체인 오토모티브 포어사이트는 2020년에 중국에서 최소 65만대에서 최대 200만대의 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판매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2020년에 예상되는 전체 자동차 판매 대수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만일 전기차 수요가 부진하다면 자동차 회사들은 재고를 털기 위해 대대적인 할인에 나서야 할지도 모른다.
상하이 모터쇼에 참가한 도요타 자동차의 한 고위 관계자는 정부의 보조금 지급이 끝난다면 소비자들이 과연 전기차를 구매하려 들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정부 보조금은 2020년에 종료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전기차의 현지 생산에 앞서 친환경 기술을 입증토록 요구하는 법안을 마련한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기술 노하우를 중국 측 파트너에 공개토록 하려는 책략일 수도 있다며 경계감을 표시하고 있다.
먀오웨이 중국 공업정보화부 부장은 이런 해석을 일축하면서 외국 자동차 회사들이 지식재산권 이전을 강요받지는 않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전기차 배터리도 리스크에 속한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중국에서 생산되는 전기차는 반드시 중국에서 생산한 베터리를 사용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외국의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가운데 중국의 인증을 받은 업체는 단 한 군데도 없다. 포드 자동차의 한 관계자는 중국이 외국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를 배척할지도 모른다는 업계 일각의 우려에 개의치 않는다고 밝히면서 중국에서 전기차를 생산하게 되면 파나소닉의 배터리를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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