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한달] 은산분리 등 걸림돌 넘어야 안정궤도 진입

입력 2017-04-30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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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한달] 은산분리 등 걸림돌 넘어야 안정궤도 진입





(서울=연합뉴스) 이상원 박의래 기자 = 국내 첫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가 출범 한 달 동안 돌풍을 일으켰지만 아직 안심하기는 이르다.

케이뱅크는 은행보다 높은 이자와 싼 대출금리로 고객들을 사로 잡았다.

출범 한달도 안돼 올해 영업 목표의 절반을 달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설 계좌 수는 지난해 은행권 전체 계좌 개설 건수인 15만5천건보다 많다.

하지만 이런 성장세가 지속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은산분리 규제)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은행의 주식을 최대 10%만 가질 수 있도록 했다. 의결권이 있는 주식은 4% 이상을 가질 수 없도록 했다.

동양종금 사태처럼 산업자본이 금융회사를 소유해 '사금고'로 만드는 것을 막기 위한 조항이다.

케이뱅크 설립을 주도한 것은 유무선통신그룹인 KT다. 산업자본에 해당한다.

케이뱅크의 초기 자본금은 2천500억원이다. 지분율은 KT 8%, 우리은행 10%, GS리테일 10%, NH투자증권 10%, 다날 10%, 한화생명 10% 등이다.

의결권 있는 지분이 4%에 불과한 KT는 유상증자를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다.

더구나 은행법은 은행이 유상증자할 때 모든 주주가 같은 비율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KT를 제외한 다른 주주는 유상 증자를 꺼릴 수 있다.

증자는 쉽지 않은데 사정은 급하다.

업계에서는 케이뱅크의 초기 자본금이 시스템 구축과 서비스 개발 비용을 제외하면 절반도 남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대출에 필요한 자금은 예금으로 충당할 수 있지만 문제는 건전성이다.

케이뱅크는 시중은행 수준의 건전성 기준을 지켜야 한다.

금융당국은 은행에 자기자본비율(BIS)을 12%로 맞추도록 권고하고 있다. BIS비율은 대출금을 포함한 위험자산을 자본금으로 나눈 수치다.

케이뱅크가 올해 목표대로 여신과 수신을 하면 연말에 BIS 비율이 11∼12% 정도가 돼 증자가 필요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반기에 제2호 인터넷전문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출범하면 경쟁이 가열돼 여신을 더 늘려야 할 수도 있다.

업계에서는 케이뱅크가 BIS 비율을 맞추려면 2천억∼3천억원 정도의 증자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본금을 늘리지 못하면 케이뱅크는 대출을 제한할 수밖에 없다.

현재 국회에는 인터넷은행에 한해 산업자본이 지분을 34∼50%까지 보유할 수 있도록 허용해주는 법안들이 계류 중이다.

대선이 끝나면 통과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오고 있지만 반대 목소리도 존재한다.

은산분리 완화를 주장하는 측은 현재 기업들이 은행 대출보다는 기업어음(CP), 회사채 등으로 자금을 조달하고 있어 은행이 대기업의 사금고가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금융업체가 인터넷은행을 할 수 있는데 굳이 산업자본에 인터넷은행 대주주의 길을 열어줘야 할 이유가 있는지 의구심을 제기하는 이들도 있다.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한도를 완화하고 있다.

EU의 경우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 한도가 50%이고 일본은 20%다. 당국의 승인이 있으면 그 이상도 소유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IT기업이 인터넷전문은행 경영을 주도할 수 있도록 은산분리를 완화해주는 내용의 인터넷은행법 통과를 위해 국회를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증자 외에 다른 문제들도 있다.

출범 초기는 규모가 크지 않아 금리 경쟁이 가능했지만 규모가 커지면 고객, 조직 등에 대한 관리 비용이 늘어나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김도진 IBK기업은행장은 "1년 정도가 지나야 인터넷전문은행의 위상이 정리될 것이다"고 말했다.

카카오뱅크의 하반기 출범으로 과열 경쟁도 우려된다.

시중은행 역시 인터넷 영업을 하고 있어 카카오까지 가세하면 출혈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

세계 최초로 인터넷은행을 도입했던 미국에서는 한때 인터넷은행이 38개에 달했지만 2014년 기준 24개로 줄었다. 무리한 금리 경쟁이 가장 큰 원인이었다.

빠른 계좌 개설을 악용해 사기 등 범죄에 인터넷전문 케이뱅크 계좌가 이용되는 사례도 발생해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조대형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은 "피싱, 스미싱, 파밍 등 인터넷 금융사건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특성에 맞는 전산보안 체계 구축이 필수적이다"고 말했다.

leesa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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