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차별 대명사' 사우디, 유엔 여성지위위원국 선출 논란

입력 2017-04-24 14:26  

'여성차별 대명사' 사우디, 유엔 여성지위위원국 선출 논란

(서울=연합뉴스) 정광훈 기자 = 대표적 여성차별 국가로 국제사회의 비판을 받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유엔여성지위원회(CSW) 위원국에 선출돼 논란이 일고 있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는 지난 19일 실시한 선거에서 연임이 확정된 한국 등 13개국을 4년 임기 위원국으로 선출했다. 사우디는 이번에 처음으로 위원국으로 선출됐다.

CSW는 정치·경제·사회·교육 등 분야에서 여성 지위를 향상하는 임무를 수행하고, 경제사회이사회에 보고한다. 여성 관련 국제 협약을 제정하고 이행을 감독하는 막강한 권한 때문에 '여성 유엔총회'로도 불린다.

23일(현지시간) 미 의회 전문지 '더 힐'에 따르면 비정부 인권단체 유엔워치의 힐렐 노이어 대표는 성명을 통해 사우디의 여성차별은 심각하고 조직적이라며 "도대체 유엔은 왜 대표적 성 불평등 조장국을 성 평등 위원회에 앉혔느냐"고 따졌다.

그는 "사우디 여성은 누구나 모든 중대 결정을 대신 내리고 태어나 죽을 때까지 일생을 통제하는 남성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며 "사우디는 여성이 자동차를 운전하는 것도 금지한다"고 지적했다.

노이어 대표는 이어 트위터에 "사우디아라비아에 여성 지위 보호 임무를 맡기는 것은 방화범을 마을 소방서장에 임명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었다.

이스라엘 일간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사우디가 지난해 세계 성 격차 지수(GGI)에서 세계 144개국 가운데 141위에 머물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우디에서는 여성의 자동차 운전이 허용되지 않고, 남성 보호자의 동의 없이 여성 홀로 여행이나 사업도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온라인 극우매체 브레이트바트는 유엔워치를 인용, 경제사회이사회에서 지역 그룹 간 비공개로 위원국을 선출하는 관행을 깨고 미국이 공개 투표를 강요했다고 보도했다.

미 국무부의 최신 사우디 인권 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지방선거에 여성의 참여가 허용됐지만, 사우디 여성은 남성과 동등한 법적 지위와 권한을 누리지 못하며 정치·사회적 권리도 남성에 비해 제한적이다. 또 정식 재판이 아닌 구두로 아내에게 이혼을 통고하거나 이혼서류에 서명을 거부하는 남편이 아내의 법적 후견인 자격을 계속 유지한다.

필립 알스톤 유엔 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 1월 사우디의 여성차별 관행을 비판하면서 "여성의 운전 금지가 폐지돼야 하며, 일과 여행에서 남성 보호자의 동의를 필요로 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중동 지역 핵심 동맹인 사우디는 유엔 인권이사회 이사국도 맡고 있다.


barak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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