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軍 통합화력격멸훈련…北공격 격퇴할 막강 화력 과시
(포천=연합뉴스) 이영재 기자 = 등 뒤에서 헬기 로터가 회전하는 소음이 들려 고개를 돌리니 거대한 헬기가 머리 위를 지나가고 있었다.
세계 최강의 공격헬기인 AH-64E 아파치 헬기였다.
우리 육군이 운용하는 아파치 헬기 2대는 AH-1S 코브라 헬기 6대를 거느린 채 위용을 드러냈다.
아파치 헬기는 공중에 정지 상태로 떠 있는 '호버링'(hovering)을 하며 기체 앞부분에 장착한 30㎜ 기관총을 표적을 향해 발사하기 시작했다.
적 탱크의 장갑도 뚫는 기관총이 불을 뿜자 아파치 헬기의 기체 밑으로 탄피가 비 오듯 떨어졌다.
기관총 사격을 마친 아파치 헬기는 기체 좌우에 탑재한 2.75 인치 로켓탄을 쐈다. 로켓탄은 '쉭, 쉭' 하는 무시무시한 소리를 내며 공기를 가르고 날아 1.2㎞ 떨어진 표적을 정확하게 맞혔다.
아파치 헬기는 수십 발의 로켓탄을 발사하는 동안에도 공중에서 조금도 흔들리지 않았다.
임무를 완수한 아파치 헬기는 코브라 헬기와 함께 미끄러지듯 저공 비행하며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졌다.
우리 군은 26일 경기 포천 육군 승진과학화훈련장에서 실시한 '2017 통합화력격멸훈련'에서 아파치 헬기의 사격을 공개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수뇌부, 일반 시민 등 약 2천명이 훈련을 참관했다.
육군이 작년 5월부터 도입해 운용 중인 아파치 헬기가 대중 앞에서 공개적으로 사격훈련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형공격헬기인 아파치 헬기는 유사시 '북한군 전차 킬러' 임무를 수행할 우리 군의 핵심 무기다.
8㎞ 떨어진 곳에 있는 적의 전차를 한순간에 고철 덩어리로 만들어버리는 헬파이어 공대지유도탄을 16발 장착한다. 아파치 헬기는 이번 훈련에서 헬파이어 사격을 선보이지는 않았다.
이번 통합화력격멸훈련에는 아파치 헬기 외에도 K-9 자주포, 130㎜ 다연장 로켓, K2 흑표전차 등 우리 군의 핵심 무기가 대거 등장해 막강한 화력을 뽐냈다. 공군의 F-15K와 KF-16 등 주력 전투기도 정밀 폭격 시범을 했다.
주한미군도 이번 훈련에 아파치 헬기, A-10 공격기, M1A2 전차, 브래들리 장갑차, 다연장 로켓 등을 투입해 한미동맹의 힘을 과시했다. 훈련에 참가한 한미 군 병력은 2천여명, 장비는 250여대에 달했다.
북한의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준비로 어느 때보다 한반도 긴장 수위가 높아진 상황에서 한미 군이 화력을 과시하며 북한에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훈련은 북한군이 기습적으로 남침을 감행한 상황을 가정해 반격에 나선 한미 군이 연합 화력으로 북한 장사정포와 미사일 기지, 지상군, 전쟁 지휘부를 파괴하고 목표 지역을 점령하는 시나리오로 진행됐다.
K2 전차와 30㎜ 자주대공포 '비호', 벌컨포는 관람석 바로 앞에 배치돼 화력을 실감하게 했다.
이들 무기가 불을 뿜을 때마다 땅을 흔드는 듯한 진동이 온몸에 느껴졌고 굉음은 귀마개를 파고들었다.
이번 통합화력격멸훈련에는 국산 기동헬기 수리온(KUH-1)도 등장했다.
훈련 마지막 부분에 등장한 수리온 헬기 4대는 육군 705특공연대의 공중강습작전에 투입됐다.
이들 헬기는 특공연대 장병들이 패스트로프를 타고 재빨리 지상으로 내려오는 동안 공중에서 안정적으로 호버링했고 임무를 마치자 신속하게 현장에서 빠져나갔다.
통합화력격멸훈련은 한미 군의 막강한 화력을 과시함으로써 우리 국민의 안보 불안감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춘 훈련으로, 1977년 시작돼 이번까지 9차례 진행됐다.
국방부는 "이번 훈련은 강력한 한미 연합작전 수행 능력과 우리 군의 위용 및 발전상을 과시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군은 국가의 안위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ljglor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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