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대선서 690만명 르펜 지지…"극우 집권 막자" 여야 결집

입력 2017-04-24 15:48   수정 2017-04-24 16:06

佛대선서 690만명 르펜 지지…"극우 집권 막자" 여야 결집

극우 역대 최고성적…르펜 집권 우려에 마크롱 지지 봇물

오스트리아·네덜란드 이어 유럽 포퓰리스트 제동걸릴지 주목

(서울=연합뉴스) 김보경 기자 = 23일(현지시간) 치러진 프랑스 대선 1차 투표에서 2위로 결선에 진출한 마린 르펜 국민전선(FN) 대표가 프랑스 역대 극우 후보 중 최다 득표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프랑스 내무부가 집계한 1차 투표 최종 결과에 따르면 르펜은 21.53% 지지를 얻어 중도신당 '앙 마르슈'의 에마뉘엘 마크롱(23.75%)에 이어 2위로 결선에 안착했다.

타스, dpa통신, 유로뉴스 등은 AFP통신을 인용해 690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르펜에게 표를 던졌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는 르펜이 이끄는 극우정당 FN이 창당 이래 거둔 최고 성적이다.

FN는 프랑스의 '원조 극우'로 불리는 르펜의 아버지 장 마리 르펜이 인종주의와 반(反)유대주의를 표방하며 1972년 창당한 정당으로, 르펜은 2011년 아버지로부터 대표직을 물려받아 당을 이끌어가고 있다.

장 마리 르펜은 지난 2002년 대선 1차 투표에서 극우 지지층의 결집력을 바탕으로 480만 표를 얻어 결선에 진출했으나 결선투표에서는 자크 시라크 전 대통령에 맞서 550만 표를 받는 데 그쳐 당선에 실패했다.

마린 르펜이 이번 대선에서 예상을 초월하는 지지를 받자 결선진출에 실패한 대선 후보들과 주요 정치인들은 잇따라 마크롱 지지를 선언하며 결집하고 있다. 최소한 극우 집권만은 막아보자는 의도에서다.

1차 투표에서 3위로 처진 프랑수아 피용 공화당 후보는 출구조사 직후 마크롱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고 집권 사회당의 대선후보 브누아 아몽도 곧 지지 선언에 동참했다.

작년 11월 공화당 대선 경선에서 피용에게 패한 알랭 쥐페 전 총리와 현 베르나르 카즈뇌브 총리 등 거대 양당인 공화·사회당과 현 정부 주요 인사들도 속속 마크롱 지지대열에 합류했다.

이렇듯 프랑스 여야의 단결된 지지에 힘입어 마크롱의 결선 승리 가능성이 커지자 한때 유럽에 불어닥쳤던 국수주의 포퓰리즘 기세가 꺾인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작년 6월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국민투표 가결로 촉발됐던 유럽의 포퓰리즘 물결은 이은 11월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통령 당선에 탄력받아 더 기세를 높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최근 오스트리아 대선과 네덜란드 총선에서 극우 정당이 잇따라 집권에 실패하면서 이러한 물결은 현재 제동이 걸린 상태다.

이에 이번 프랑스 대선은 유럽 포퓰리즘의 미래를 가늠할 시험대로서 그 결과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하지만 프랑스 정계는 물론 EU까지 유럽 통합을 지지하는 마크롱을 총력 지원하면서 르펜이 유럽의 포퓰리즘 돌풍을 되살리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에 르펜 측은 결선진출에 실패한 급진좌파 장뤼크 멜랑숑 진영에 손을 내밀었으나 멜랑숑 측은 일언지하에 거부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런던정경대학(LSE)의 레인 벡 교수는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포퓰리즘이 유럽에서 후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고 상황을 요약했다.




vivi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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