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현경숙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처음에 중국에 보였던 부정적 태도를 누그러뜨린 것은 전략적 선택이었나, 아니면 그의 딸 이방카가 중국에서 벌이는 광범위한 사업 때문이었나? 트럼프 대통령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의기투합한 것은 이방카가 일본의 공기업과 사업적으로 얽혀있기 때문은 아니었나?
워싱턴포스트는 '퍼스트 도터' 이방카가 비서실장을 두는 등 전방위로 국정 개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23일(현지시간) '이방카의 해외사업들이 미국 명성을 위태롭게 한다'는 사설을 싣고 그의 부적절한 처신을 꼬집었다.
이방카가 아버지 트럼프에게 정책 조언을 할 수 있으나, 그러려면 사업에서 완전히 손을 떼야 한다는 것이다.
이방카는 숱한 해외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최근에만 캐나다, 필리핀, 푸에르토리코 등에서 최소한 9건의 상표 등록 출원을 했다.
이달 초 미국 플로리다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소유 리조트 마라라고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때 이방카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을 환대하고 있을 때 그의 사업체는 중국에서 귀중한 상표권을 획득했다.
중국 내 수많은 회사는 구두, 핸드백, 보석, 옷 등을 파는 이방카 회사와 거래하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고 있다.
현재 이방카의 사업체는 대부분 가족이 운영하는 신탁회사에 맡겨져 있다. 그러나 백지 신탁은 아니며, 이방카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이는 과거 대통령들이 취임하면서 기존 사업체를 백지 신탁하거나 아예 매각한 것과 대조된다.
지금 행정부 규정은 기업가 출신이 대통령이 됐을 때 발생하는 이해 상충 가능성을 완전히 막지 못하고 있다. 이방카는 이해 상충 우려가 제기될 때마다 건별로 법률가나 정부 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대응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방카가 사업체를 매각하지 않은 것은, 이 업체들의 가치가 대부분 '트럼프'라는 이름에서 나오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트럼프' 이름을 빼면 기업 가치가 현격히 쪼그라들기 때문에 이방카 기업들은 지금 '트럼프' 이름 장사를 하는 것과 진배없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이 신문은 이방카가 상표 출원을 했을 때 중국 같은 나라가 거절할 수 있겠느냐며, 대부분의 나라는 트럼프 가족과의 사업관계를 미국 비위 맞추기 수단으로 삼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미국 해외부패방지법은 공무원들에게 외국에서 뇌물을 받지 못하도록 엄격히 금지하고 있으며, 권력자나 그 가족의 부패를 중대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일가 해외사업으로 인해 미국 제1 공직자의 부정부패 우려가 제기된 상황이다.
워싱턴포스트는 공무원이 스스럼없이 뇌물을 챙기는 부패 국가들과 트럼프 행정부가 다를 게 뭐가 있느냐는 비판이 나와도 할 말이 없게 됐다고 지적했다.
현재 백악관 보좌관 직책을 가진 이방카가 트럼프 대통령을 보좌할 수 있지만, 그러는 동안 그의 사업체가 확장하거나, 해외에서 권리와 이익을 얻어서는 안 된다고 신문은 강조했다.
트럼프 일가는 협소한 법 규정을 따지지 말고 부정부패 의혹이 나오지 않도록 이 문제에 진지하게 달려들어야 한다고 이 신문은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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