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군 13개로 감축…파벌 폐지 위해 집단군 번호도 변경
(홍콩=연합뉴스) 최현석 특파원 =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인민해방군을 84개 군급 부대로 재편성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군내 파벌을 폐지하기 위해 집단군 일련번호도 변경하기로 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 대공보(大公報) 등은 24일 군사위원회 주석인 시 주석이 육해공군과 로켓군, 전략지원부대, 성군구 계통 등 전군을 84개 군급 부대로 재편성하는 조직개편을 완성했다고 보도했다.
인민해방군은 또 육군 집단군은 현재 18개에서 13개로 5개 줄여 5대전구에 2~3개의 집단군을 배치하는 한편 집단군 편제도 '집단군-사단-연대-대대'에서 '집단군-여단-대대'로 줄여 지휘와 명령체계를 단축하기로 했다.
시 주석은 인민해방군의 조직 비대화를 막기 위해 지난해 4총부 체제를 폐지하고 7대군구를 5대전구로 개편하는 등 고위급 지휘관리체계 군사개혁을 단행한데 이어 이번에 중하부 조직 개편까지 마무리한 것이다.
중국이 이번에 인민해방군의 기본 전략 단위인 군급 부대 조직개편까지 완성한 만큼 군사개혁의 기초작업이 마무리된 것이며 이제 남은 작업은 각 군급 부대의 구체적인 업무 조정만 조정하면 된다.
인민해방군은 이와 함께 13개 집단군의 일련번호도 71∼83 사이의 번호를 부여하기로 했다. 중국은 1949년 신중국 건국 당시 70개 집단군을 보유했으며 각 집단군은 1, 31, 65 등의 번호를 수십 년째 유지해왔다.
이번에 집단군 번호가 개편되면 시 주석의 부친인 시중쉰(習仲勳) 전 부총리가 국공내전 기간 정치위원으로 근무한 제1야전군의 일부였던 1집단군과 한국전에 참전한 27, 38, 39, 42집단군 등도 번호가 바뀐다.
한 육군 소식통은 집단군의 번호 변경이 군내 파벌주의와 부패로 낙마한 궈보슝(郭伯雄)·쉬차이허우(徐才厚) 전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의 유해한 영향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70개 집단군이 13개로 줄어들었지만, 각 집단군이 기존 번호를 수십 년 간 유지한 채 파벌을 형성할 가능성을 차단하려는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시 주석은 최근 '동북 호랑이'로 불린 쉬차이허우와 '서북 이리'란 별명을 가진 궈보슝의 권력기반인 북부전구 16집단군과 서부전구 47집단군을 해체했다.
또 다른 베이징의 퇴역 군인은 마오쩌둥(毛澤東) 전 국가주석을 제외하고 인민해방군 내 이처럼 급격한 변화를 단호하게 시행한 이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천다오인(陳道銀) 상하이(上海)정법학원 부교수는 "집단군 체계는 인민해방군이 1920년대 말 설립된 이후 수십 년간 변했다"며 "마오 전 주석이 1949년 공산당이 집권하기 전 집단군을 창설하고 개조하는 데 핵심 역할을 했으며 덩샤오핑(鄧小平)은 1970년대 말부터 집단군 규모를 줄이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천 부교수는 "시 주석의 야심은 덩샤오핑보다 더 공격적"이라며 "시 주석이 군 구조를 철저하게 해체한 뒤 복원함으로써 마오 전 주석을 능가하는 일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련번호 변경이 집단군의 영광적 역사를 없애려는 것이 아니라 집단군을 해군, 공군, 로켓군과 통합함으로써 인민해방군의 전체적 전투력을 강화하기 위한 혁신적이고 기술적인 결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는 역사성 있는 집단군 일련번호 변경에 반발했다.
군사전문가인 앤서니 웡(黃東) 마카오국제군사학회 회장은 "모든 집단군이 각자 피비린내 나고 눈물 어린 역사 때문에 지금까지 존재할 수 있었다"며 군 지지자로서 한국전에서 미 육군 제2보병사단을 물리친 적 있는 38집단군이 81집단군으로 변경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다.
harris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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