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8일 '서울재즈페스티벌' 내한공연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음악을 계속하는 비결이 있다면 그저 음악가로서 음악성을 즐기고 지키는 것밖에 없는 것 같아요. 창의성이란 곧 기쁨의 근원이니까요."
세계적 재즈 기타리스트 팻 마르티노(72)는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왕성한 활동을 할 수 있는 비결을 묻자 이같이 답했다.
다음 달 28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열리는 '제11회 서울재즈페스티벌 2017'(서재페) 무대에 오르는 마르티노를 24일 이메일로 만났다.
미국 필라델피아 출신의 마르티노는 부드러움과 날카로움을 겸비한 기타 연주로 정평이 난 기타리스트다. 특히 순간적으로 분출해내는 즉흥 라인에 강하고 핵심을 찌르는 코드배치로 유명하다.
12세부터 기타를 배우기 시작해 15세에 프로 연주자의 길을 걷기 시작했으며 1960년대 '재즈 기타의 아버지'라 불리는 웨스 몽고메리 이후 가장 주목받는 기타리스트로 성장했다.
하지만 그의 인생은 순탄치 않았다. 데뷔 후 11년간 12장의 앨범을 발매하며 재즈 뮤지션으로서 성공의 길을 걸었지만 1970년대 후반부터 뇌동맥류로 병마와 싸워야 했다.
1980년에는 결국 뇌수술을 받고 목숨을 건졌지만 기억 상실증으로 기타 연주법마저 잊고 말았다.
자신이 기타리스트란 사실조차 잊었던 그였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혼신의 노력으로 다시 기타를 배워나갔으며 1987년 '더 리턴'(The Return)이라는 솔로 앨범으로 재기에 성공했다.
그의 극적인 삶은 다큐멘터리 영화 '부활! 팻 마르티노'로 제작됐으며 그는 이 영화의 오리지널사운드트랙(OST) 작업에도 참여했다.
마르티노는 "뇌 수술로 인해 잃었던 것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삶에 대한 기쁨이었다"며 "수술 후유증 때문에 모든 것이 너무 벅찼다"고 회고했다.
이어 "하지만 그 과정을 거치자 창의력이 결국 기쁨의 근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다"며 "기타를 다시 배움으로써 기쁨과 창작력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재기 과정에 대해 "곡의 정확성과 완성도를 위해 집중하는 것 자체가 내게는 큰 위로였고 앨범을 내는 것 자체가 성공이자 큰 상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신의 음악 세계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아티스트로는 레스 폴과 조니 스미스, 웨스 몽고메리를 꼽았다.
마르티노는 "레스 폴의 천재성, 조니 스미스의 정교함, 그리고 웨스 몽고메리의 타고난 리듬감, 멜로디 감각이 가장 큰 영감을 줬다"고 말했다. 또 "어린 시절 주변의 기타리스트들과 선의의 경쟁이 있었는데 그 경쟁의식이 무엇보다 좋은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
그는 기타리스트를 꿈꾸는 후배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하자 "악기는 창의력을 펼칠 수 있는 일종의 도구이고, 그 도구는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쓰여야 하는 물건"이라고 답했다.
이어 "재즈는 즉흥적 요소가 강하고, 그래서 연주자만의 성격과 재치가 중요하다"며 "본인만의 스타일을 다듬는 일이 음악인으로 성장하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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