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때 암살단 운영…대통령돼서는 마약범 즉결처형"…필리핀 정부는 부인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범죄 용의자를 초법적으로 처형한다는 논란에 휩싸인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국제형사재판소(ICC)에 고발됐다.
필리핀 변호사인 주드 사비오는 24일 두테르테 대통령과 11명의 고위 공직자가 자국에서 대량 살육을 저질렀다며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ICC에 고발장에 제출했다고 GMA 뉴스 등 필리핀 언론들이 보도했다.
이들 고위 공직자는 비탈리아노 아기레 법무부 장관, 로널드 델라로사 경찰청장, 판탈레온 알바레스 하원의장 등 두테르테 대통령의 범죄 척결 정책을 실행하거나 관여한 인물들이다.
사비오 변호사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다바오시 시장 시절 운영한 '다바오 암살단'(DDS)에서 활동한 에드가르 마토바토와 아르투르 라스카냐스를 대신해 고발장을 냈다.
77쪽의 고발장에는 마토바토와 라스카냐스가 작년 하반기 이후 상원 청문회 증언과 언론 인터뷰 등을 밝힌 것처럼 두테르테 대통령이 범죄자와 정적을 암살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마토바토는 DDS가 1998년부터 2013년까지 당시 두테르테 다바오시 시장의 지시를 받고 모두 1천400여 명을 죽였으며 자신이 살해만 사람만 50명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라스카냐스는 경찰관 출신으로, 자신이 속했던 암살단이 300명가량을 죽였다고 말했다.
사비오 변호사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작년 6월 말 취임과 함께 마약 유혈 소탕전에 나선 이후 최소 7천 명의 마약용의자가 경찰이나 자경단 등에 의해 사살되는 초법적 처형이 이뤄졌다는 점도 두테르테 대통령 고발 사유로 들었다.
사비오 변호사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대량 살육을 반복적으로 계속해서 저지르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두테르테 정부는 저항하는 범죄 용의자를 사살했을 뿐 즉결처형을 지시한 적이 없다고 부인하며 반인륜 범죄의 요건에도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주장해왔다.
두테르테 대통령 변호인은 이번 고발과 관련, ICC가 관할권을 인정할 경우 적절한 대응 조치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ICC가 사법절차에 착수할 경우 두테르테 대통령이 필리핀의 ICC 탈퇴 카드를 꺼내 들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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