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지지·반대 입장 따라 반응 대조…브렉시트 英 "나쁜 뉴스"
(브뤼셀·베를린·런던·로마=연합뉴스) 유럽 종합 = 유럽 각국은 24일 중도 성향의 에마뉘엘 마크롱 후보와 극우 성향의 마린 르펜 후보가 결선에 진출한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를 놓고 환영과 우려가 대비를 이뤘다.
특히 유럽연합(EU) 잔류파냐, 탈퇴파냐에 따라서 지지하는 후보가 확연히 갈렸다.
EU를 지지하는 정부나 정파들은 마크롱 후보가 결선에서 당선되기를 기원했지만, '반(反) EU' 성향이 강한 정부나 정파들은 르펜 후보의 선전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었다.
프랑스와 함께 EU의 핵심인 독일의 경우 주류 정치권은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에 일단 안도하며 EU 잔류를 공약한 마크롱 후보를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슈테펜 자이베르트 대변인은 트위터를 통해 "강한 유럽연합(EU)과 사회적 시장경제를 위해 좋은 일"이라며 마크롱 후보의 결선 진출을 평가한 뒤 "(결선까지) 남은 2주간 행운을 빈다"고 밝혔다.
9월 총선을 앞두고 메르켈 총리와 경쟁하는 중도좌파 사회민주당의 마르틴 슐츠 대표도 언론 인터뷰에서 "마크롱 후보처럼 검증된 친 유럽인이 승리했기에 기쁘다"면서 "프랑스뿐 아니라 독일을 위한 괜찮은 신호이며, 유럽을 고려할 때도 확실시 긍정적인 결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야당이자 전통적 범 3당 정파인 좌파당의 자라 바겐크네히트 원내대표는 "(좌파) 장뤼크 멜랑숑 후보가 결선에 진출했어야 프랑스 국민에게 진정한 대안이 됐을 것"이라고 아쉬움을 표했다.
이탈리아의 집권당인 민주당은 유럽 탈퇴파들끼리 결선에서 맞붙는 최악의 상황을 면한 것에 안도했다.
마테오 렌치 전 총리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마크롱의 1차 투표 승리는 유럽을 변화시키기를 원하는 사람들에게 큰 힘을 주는 것"이라며 "통합 유럽의 이상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포퓰리즘이 해악이라는 것을 인식하면서도 유럽은 전문 관료에게만 맡겨둘 수는 없다고 생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내년 초로 예정된 총선에서 총리직 복귀를 겨냥, 오는 30일 열리는 집권 민주당의 당대표 경선에 재출마한 그는 "이런 의미에서 이탈리아 역시 연관돼 있는 도전이 이제 막 시작됐다"며 "힘내라 마크롱. 함께 전진하자"고 응원했다.
이탈리아 정부에서 유럽 담당 부처 차관을 맡은 산드로 고치는 "이번 선거 결과는 유럽이 여전히 살아있으며, 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공포와 거부에 기초한 르펜의 정치는 결국 패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르펜 후보처럼 EU와 난민에 반대하는 이탈리아 극우정당 북부동맹의 마테오 살비니 대표는 "프랑스발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면서 "결선 투표에서 르펜 후보가 승리하는 것은 어렵겠지만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이제 브뤼셀이라는 감옥에서 유럽을 해방할 때"라며 르펜에게 행운을 빌었다.
우파 성향의 이탈리아형제당의 조르지아 멜로니 대표 역시 트위터에 "국민과 함께 기득권에 저항하는 르펜 힘내라"는 글을 남겨 르펜 지지 의사를 밝혔다.
이탈리아 정당 중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정당인 제1야당 오성운동은 마크롱과 르펜 양자 모두에게 거리를 둬 눈길을 끌었다.
오성운동의 외교자문을 맡고 있는 만리오 디 스테파노 의원은 "프랑스 유권자들이 연금 삭감과 긴축을 가져온 EU와의 예산 협약을 지지함으로써 시민들을 배신한 기성 정치권을 심판한 것"이라면서도 "그러나 오성운동은 마크롱과 르펜 모두와 정책적 유사성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디 스테파노 의원은 "두 후보 모두 오성운동과 같이 대통령의 임금 삭감과 임기 2회 제한 규정 도입 등을 약속하지 않았다"며 "두 후보가 속한 당은 우리처럼 문명 사회의 양질의 시민들을 제도권 속으로 끌어들이지 못했다"고 싸잡아 비난했다.
EU 본부가 자리 잡고 있는 벨기에 정부는 결선투표에서도 마크롱 후보가 최선을 다해서 EU 탈퇴를 공약으로 내세운 르펜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에 당선되기를 기대했다.
샤를 미셸 총리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마크롱 후보에게 "뜨겁게 축하한다"면서 "유럽 프로젝트를 향한 나의 최고의 소망이 낙관적이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와 대조적으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를 앞두고 은근히 '프렉시트(프랑스의 EU 탈퇴)에 기대를 걸었던 영국은 1차 투표 결과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는 한편, 마크롱 후보가 결선에서 승리한다면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에 "나쁜 뉴스"가 될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영국 정부는 다른 나라의 선거에 개입하지 않는 관례에 따라 프랑스 대선 1차 투표 결과에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다.
브렉시트를 반대했던 일간지 가디언은 "마크롱의 당선은 브렉시트 협상에서 영국에는 나쁜 뉴스가 될 것"이라면서 마크롱이 브렉시트 협상에서 강경한 협상을 주도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마크롱 후보가 지난 2월 런던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와 회동한 뒤 브렉시트 이후 영국에 대한 EU의 특혜는 없을 것이라며 "탈퇴는 탈퇴일 뿐"이라고 말한 것을 거듭 상기시켰다.
브렉시트를 지지했던 일간지 텔레그래프도 마크롱의 당선은 영국에 나쁜 뉴스가 될 것이라면서 다만 프랑스 여당이 소수당이고, 정치권이 분열돼 있으므로 마크롱은 집권 초기 밀월 기간이 끝나면 유로존과 EU도 실망케 할 위험이 있다고 덧붙였다.
bings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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