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00일] 국정운영도 '이단아'…족벌기업 경영 스타일과 판박이

입력 2017-04-25 05:45   수정 2017-04-25 06:56

[트럼프 100일] 국정운영도 '이단아'…족벌기업 경영 스타일과 판박이

트위터로 지지층과 직접 소통…반대 진영·비판 언론은 '무시 전략'

용인술도 재벌기업 스타일…가족·친인척 핵심에 두고 기업인·군인 중용

CEO처럼 좌충우돌 담판의 연속…백악관 대신 플로리다 리조트서 정상외교

(워싱턴=연합뉴스) 이승우 특파원 = 대선 유세 기간 독특한 행보와 포퓰리즘적인 언사 때문에 '이단아'로 불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취임 이후에도 역대 어느 대통령에게서도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리더십을 선보이고 있다.

1%의 지지율에서 출발해 언론의 집중포화 속에서도 그만의 파격 행보로 대역전극을 성공한 데 따른 자신감이 반영된 부분이기도 하다.





글로벌 대기업의 총수이자 '부동산 재벌'인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리더에 가장 중요한 첫 번째 덕목인 용인술에서부터 과거와는 크게 차별된다.

무엇보다 장녀 이방카와 사위 제러드 쿠슈너를 공식으로 백악관의 요직에 기용하는 파격을 통해 다른 핵심 측근들을 견제하고 나선 대목이 눈에 띈다.

이는 사주가 무소불위의 권한을 지닌 재벌기업의 전형적인 인사 방식이다.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차남인 에릭도 공식 직함은 맡지 않았지만, 물밑에서 아버지를 지원하고 있다.

내각에 자신과 같은 재계 출신 인사들을 대거 기용해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임을 노골적으로 확인하고, 군 출신 인사들을 중용한 점도 특징이다.

가장 중요한 초대 국무장관에는 석유 재벌인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임명했고,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에는 월가(街) 출신인 게리 콘 골드만삭스 사장 겸 최고운영자(COO)를 앉혔다.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역시 골드만삭스 출신이고, 윌버 로스 상무 장관은 투자은행 로스차일드 대표를 지냈다. 앤드루 퍼즈더 노동장관은 'CKE 레스토랑'의 CEO이고, 린다 맥마흔 중소기업청장은 프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를 운영한다. 토드 리케츠 상무부 부장관은 프로야구 시카고 컵스의 구단주이다.

안보 라인의 경우 현역 육군 중장인 허버트 맥매스터 국가안보보좌관, 중부사령관을 지낸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 남부사령관 출신인 존 켈리 국토안보부 장관 등 군인들이 장악했다.

임기 초반부터 반(反)이민 행정명령과 멕시코 장벽 건설, 오바마케어(현행 건강보험법) 전면 개정 등 자신의 핵심 공약들이 잇달아 좌초하는 상황에서도 뚝심을 잃지 않고 '독불장군'과 같은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특히 야당과 언론 등의 비판은 철저히 무시하는 대신 SNS(사회관계망서비스)인 '트위터'를 이용해, 지지층과 직접 소통을 통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려는 이른바 '갈라치기'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거짓말만 하는 야당'과 '가짜 언론'이 하는 말 대신 자신을 믿고 따른다면 국민은 지금껏 맛보지 못한 과실을 얻게될 것이라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된 주장이다.

이런 전략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100일째를 맞는 오는 29일 대통령이 직접 참석하는 것이 오랜 전통으로 굳어져 온 백악관 출입기자단 연례 만찬에도 불참한다.

그 대신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열리는 지지자 집회에 참석해 취임 100일을 '우리 편끼리' 자축함으로써 지지층을 결집하고 새로운 국정 운영 동력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짜놓았다. '적'과의 동침을 거부하는 전형적인 아웃사이더의 행보인 셈이다.







기업 CEO처럼 국내외 곳곳에서 담판을 끊임없이 이어가는 것도 트럼프 대통령만의 비즈니스맨 성향과 '싸움닭 기질'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트럼프케어(건강보험법 대체법안)' 등의 입법을 추진하면서 여권 내부의 반대파들을 백악관으로 불러들여 주말도 없이 설득 작업을 펼치는가 하면, 외교 분야에서도 주요국 정상들을 끊임없이 국내로 불러들여 '일대일 담판'을 즐겼다.

특히 세계의 이목이 쏠린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등과의 정상회담을 백악관이 아닌 플로리다 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연 것은 그만의 파격과 이단아 기질을 드러내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leslie@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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