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선사보다 연간 300억원대 더 부담, 부산항 물동량 늘릴수록 손해"
"PSA 상생협력 안 나서면 물량 이전 불가피"…부산항에 큰 타격 예상
(부산=연합뉴스) 이영희 기자 = 국적선사인 현대상선이 싱가포르 PSA와 부산신항 터미널 하역료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신항의 다른 터미널을 이용하는 경쟁선사들보다 훨씬 비싼 하역료의 인하를 요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환적화물을 대거 외국항만으로 이전하는 '극단적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다.
현대상선은 부산에서 수송하는 수출입화물과 환적화물을 모두 신항의 PSA HPNT(4부두) 터미널에서만 하역해야 한다.
애초 현대상선은 이 터미널 지분 50%+1주를 가진 최대주주였으나 지난해 국적선사 구조조정 과정에서 금융당국과 채권단의 자구안 마련 압박에 밀려 PSA에 40%+1주를 800억원에 매각했다.
당시 계약한 조건에는 매년 최소 보증물량인 20피트 기준 컨테이너 70만개는 물론이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 전부를 이 터미널에서만 처리해야 한다는 조항이 담겼다.
게다가 하역료도 계약 전 수준을 유지하고 매년 일정 비율로 올려줘야 한다.
이 때문에 글로벌 해운동맹 재편과정에서 부산신항의 하역료가 전반적으로 하락했지만, 현대상선은 이런 계약조건이 족쇄가 돼 훨씬 비싼 하역료를 부담하고 있다고 25일 밝혔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올해 예상 물량 150만개를 신항에서 처리할 경우 연간 300억원대, 6년간 2천억원대의 하역료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며 "이런 하역료 구조로는 외국선사들과 도저히 경쟁할 수 없고, 부산항으로 많은 물량을 가져올수록 손해가 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한마디로 열심히 영업해 물량을 늘려도 우리는 손해만 보고 터미널 운영사인 PSA만 좋은 일 시키는 꼴"이라고 표현했다.
현대상선이 국내에 자체 터미널을 확보해서 하역료를 낮추는 길도 봉쇄돼 있다.
PSA가 부산신항은 물론, 북항과 광양항에서도 3년간 터미널을 인수하지 못하도록 계약조건을 걸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8천300억원대의 영업손실을 낸 현대상선은 5년 내 흑자전환을 목표로 정하고 하역료 등 비용을 줄이는 등 경영상태 개선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물량의 대부분을 처리하는 부산신항의 하역료에 발목을 잡혔다.
이 때문에 현대상선은 하역료 조정에 사활을 걸 태세다.
이미 PSA HPNT 경영진에 물량을 더 늘릴 테니 하역료를 다른 선사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려 상생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별 반응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은 PSA 측이 하역료 인하 제안을 끝내 거부하면 약속한 최소 물량 70만개를 초과하는 물량은 전용 터미널이 있는 대만이나 중국의 다른 항만에서 처리하는 방안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유창근 사장은 최근 회의 석상에서 "공적자금을 지원받는 현대상선이 부산항의 피해를 무릅쓰고 물량을 외국으로 옮기면 비난이 예상되지만 회사의 사활이 달린 문제이니 불가피하다"고 말해 물량 외국 이전을 강행할 의지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부산항과 비교한 외국항만의 환적화물 하역료는 대만 가오슝 67%, 중국 상하이 55~45%, 칭다오 41% 수준이다.
현대상선이 150만개를 넘을 것으로 예상하는 물량 가운데 80만개 정도를 외국으로 옮겨가면 하역료 부담을 많이 낮출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해운동맹들의 서비스 노선 축소로 환적화물 유치에 어려움을 겪는 부산항의 물동량이 대폭 줄고 관련 산업들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부산항만공사도 현대상선과 PSA를 상대로 이 문제를 풀기 위한 중재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PSA HPNT도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M, 오션, 디얼라이언스의 3대 해운동맹을 전혀 유치하지 못해 현대상선 물동량에 의존하는 처지이기 때문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최대 국적선사가 조속히 제자리를 잡고 성장해야 부산항도 함께 발전할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해 상생할 수 있는 대안을 찾기를 원한다"며 PSA의 전향적인 태도를 촉구했다.
lyh9502@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