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릿수 지지율' 당 존립 위기에 3자 단일화로 돌파구 찾기
후보가 반대하는 단일화 실현 불투명…생존전략 vs. 후보 흔들기
(서울=연합뉴스) 류미나 기자 = 바른정당이 대선을 코앞에 두고도 지지율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창당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된 지 일주일째이지만 바른정당과 유승민 대통령후보의 지지율은 한 자릿수를 맴돌고 있다. 비교섭단체인 정의당보다도 못한 지지율을 거듭하고 있는 수준이다.
이대로는 대선 승리는 차치하고 선거 이후 당의 존립마저도 불투명하다는 위기감이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어떻게든 활로를 모색해야 하는 처지가 됐고, 결국 막판 단일화를 타진하는 상황까지 내몰렸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25일 MBC 라디오에서 전날 밤 열린 긴급 의원총회 결과에 대해 "결론은 유승민 후보 당선을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면서도 문재인 후보의 당선을 저지하기 위한 '반문연대' 차원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 과정에서 유 후보는 원칙적으로 본인의 혼자만의 완전한 완주를 주장했지만 의원들의 뜻을 받아들여서 당이 추진하는 단일화 과정을 지켜보겠다고 언급했다"고 덧붙였다. 단일화를 위한 물밑작업은 김무성·주호영·정병국 공동선대위원장 3인이 주도한다는 설명이다.
당내 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가 반대해온 단일화를 후보 선대위가 앞장서 타진하는 '아리송한' 상황이 펼쳐지게 된 것이다.
독자노선 완주 의사를 유지하면서도 단일화 논의 자체는 인정하겠다는 유 후보의 입장 또한 애매모호하긴 매한가지이다.
이를 두고 실제 단일화 성사 여부를 떠나 대선 이후 펼쳐질 한국당과의 '보수 적자'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한 고도의 전략이라는 분석과, 결과적으로 당내 세력 간 균열에 따른 '후보 흔들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해석이 엇갈린다.
소위 '김무성계'로 분류되는 당내 한 3선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최종적인 결정은 후보 본인이 하는 것이고 그 결정이 존중돼야 하겠지만, 어쨌거나 이로써 국민이 요구하는 후보 단일화를 공식적으로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고, 그 자체만으로도 진일보한 것"이라며 "전혀 복잡할 게 없는 문제"라고 주장했다.
또다른 중진 의원도 "지금 이대로는 출구가 없다고 보고, 무언가 판을 흔들 수 있는 강력한 전략이 필요했던 것"이라면서 "단일화의 실현 가능성을 논하기에 앞서 생존 전략에 가깝다"고 밝혔다.
특히 "바른정당이 좌파 집권에 기여했다는 식의 억지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전략인 동시에 실제 3자 단일화가 되면 유 후보에게도 새로운 게임의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내린 결론"이라고 강조했다.
한 핵심 당직자는 그러나 "단일화 주장 또한 나름의 당에 대한 충정에서 나온 결론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후보 흔들기밖에 안되는 측면이 있어서 후보 입장에서는 도저히 수용이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누가 누구의 뒤통수를 친다거나 하는 차원이라기보다는 당내 현실 인식이나 관점 면에서 간극이 좁혀지지 않는 것 같다"고 토로했다.
이런 가운데 당 조직 일각에서는 우려했던 '역탈당'이 현실화하고 있어 위기가 고조되는 모양새다.
재선의 장제원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지역구의 단체장과 기초·광역 의원들이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전했다.
장 의원은 "정치를 시작한 지 10년, 저와 생사고락을 함께해온 분들이지만 함께하자고 말할 염치가 없다"며 "살점이 뜯겨 나가는 아픔"이라고 밝혔다.
minary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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