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선관위 "선거 소음 규제할 법적 근거 없어" 난감
(전주=연합뉴스) 임채두 기자 = "잠 좀 잡시다. 잠 좀!"
전북 전주시에 사는 유모(35)씨는 공식 대선 선거운동이 시작된 뒤부터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는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유씨는 낮에 자고 밤에 일하는 요식업종에 종사한다.
요즘은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들어와 잠을 청하려 하면 확성기 소리가 귓전을 때려 자다 깨다를 반복한다.
며칠 전엔 화가 치밀어 벌떡 일어나 창문을 열었더니 집 앞 사거리에 자리잡은 유세 차량에서는 귀청을 울리는 로고송이 펑펑 터져 나왔다.
유세차량 앞으로 또 다른 유세 차량이 지나갈 때면 소음은 더욱 커졌다.
이중창을 닫고 커튼까지 쳤지만, 확성기 소리는 여전했다.
숙면을 취하지 못하는 그의 눈은 요즘 항상 충혈된 듯한 모습이다.
요즘 전북지역에서는 하루가 멀다고 선거 관련 신고가 경찰에 접수되고 있다.
각 후보 캠프가 유권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려고 대형 확성기를 활용해 로고송을 틀거나 목청을 높여 지지 발언을 쏟아내기 때문이다.
25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7일부터 8일 동안 접수된 선거 소음 신고는 모두 88건이다.
선거운동 때문에 잠을 잘 수 없다거나 장사에 방해된다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출동하지만 선거 캠프 측에 자제를 당부하는 선에서 마무리한다.
선거 유세 도중 발생한 소음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상 소음 규제 대상에 해당하지 않아서다.
경찰 관계자는 "여러 지역에 같은 신고가 수시로 접수되는 거로 알고 있다"며 "처벌규정이 없다 보니 자제를 당부해도 얼마 뒤 같은 장소에서 또 신고가 들어오기 일쑤다"고 말했다.
경찰은 출동과 동시에 해당 내용을 선거관리위원회에 통보하지만 사실상 선관위도 손을 쓸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공직선거법상에도 선거운동을 허용하는 시간과 장비 등의 기준은 있지만, 소음에 대한 처벌 기준은 없다.
전북선관위 관계자는 "민원이 들어오면 현장에 나가 선거 캠프 관계자들에게 완곡하게 확성기 음량을 낮춰달라고 부탁한다"며 "시끄러운 유세 소음은 오히려 유권자들의 반발만을 살 뿐"이라고 말했다.
d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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