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즈번-시드니 여행…"한 표의 중요성 알리고 싶었다"
(시드니=연합뉴스) 김기성 특파원 = 제19대 대통령선거의 재외국민 투표 첫날인 25일 오전 호주 시드니 총영사관에는 동부 브리즈번에서 1천㎞를 자전거로 달려온 20대 청년이 소중한 한 표를 행사했다.
화제의 주인공은 브리즈번에 사는 이한결(27)씨.
브리즈번에서도 3일 뒤인 28일부터 30일까지 투표가 실시되지만, 그는 호주 한인들에게 투표가 국민의 권리이고 의무라는 점을 알리려 고행을 감수하기로 했다고 소개했다.
호주에서 간호학과를 졸업한 이 씨는 간호사로 일하기 위해 영주권을 신청해놓고 있으며, 현재는 특기인 사진 실력을 활용해 한 법률회사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이 씨는 연합뉴스에 "권리와 의무는 나중에 어떤 모양으로든 돌아오게 돼 있다"며 "게으름과 무관심에 쉽게 타협해 권리와 의무를 포기하지를 않기는 바라는 마음에서 자전거 여행을 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 10일 브리즈번에서 출발해 13일만인 22일 시드니에 도착했다.
이전에는 자전거로 10㎞ 이상을 달려본 적이 없어 첫 장거리 여행 계획을 실행하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했다. 주변에서도 위험하고 육체적으로 무리일 수 있다며 만류했다.
이 씨는 "2007년부터 3년간 미국에서 지냈고 다시 호주에서 지내고 있는 만큼 20대를 외국에서 보냈다"며 "고국에 기여하는 방법을 찾다가 자전거 여행을 하기로 결심했다"라고 말했다.
이후로는 속전속결로 아이패드와 카메라 렌즈를 팔아 자전거를 마련했다.
자전거 여행을 하면서 많은 고생을 했지만 평생 잊지 못할 많은 인생 경험도 쌓았다.
지루하고 지독하게 페달을 밟고, 자전거 위에서 폭우를 만났으며, 도로에서는 욕도 얻어먹었다. 극심한 갈증과 배고픔도 겪었고, 텐트 밖 뱀 때문에 한동안 텐트 밖으로 나가지도 못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갑자기 갓길이 거의 없는 구간에 다다랐을 때는 바로 옆에서 차들이 쌩쌩 달려 사고를 만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따뜻한 호주인들도 많이 만났다.
캠핑장에서 만나 밥을 해주던 할머니는 '왜 낯선 이에게 그렇게 잘해주느냐?'는 질문을 받고는 "할머니라 그렇다"라고 선뜻 대답해 감동을 줬다.
또 고속도로 쉼터에서 만난 한 호주인 가족은 이 씨의 사연을 듣고는 다음 날 자기 집에 초대, 점심을 제공하고 빨래와 샤워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가장 기억나는 것은 출발 3일째의 일이었다. 긴 오르막길을 힘이 다 빠져 낑낑대며 올라갈 때 옆으로 휙 지나친 자전거 한 대가 돌아왔고, 그 운전자는 "도와주겠다"며 약 1㎞를 밀어주었다.
이 씨는 "별다른 부상은 없고 오른쪽 손목의 악력이 약해져 숟가락이나 젓가락을 잘 쥐지 못하는 정도"라며 웃었다.
이 씨는 "제가 사는 브리즈번에는 투표소가 개설되는 데도 투표할 생각을 하지 않는 분들이 많다"며 "소중한 한 표 행사는 의무라는 것과 그 의무 이행의 중요성을 전하고 싶었고, 정치인들에게는 국민이 항상 보고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라고 말했다.
cool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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