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연합뉴스) 김재홍 기자 = "아들과 산책 겸 등산하러 기분 좋게 갔다가 식겁하고 내려왔어요."
부산 남구에 사는 직장인 최모(37) 씨는 일요일인 지난 23일 오후 아들(5)과 함께 집 근처 황령산으로 향했다.
부자는 화창한 날씨를 만끽하며 경성대에서 금련산 청소년수련원으로 향하는 임도를 걷기 시작했다.
산림욕을 위한 데크에 앉아 쉬다가 일어서려는 순간 약 500m 떨어진 고개 너머에서 오토바이 엔진음이 들렸다.
소리가 점점 커지는가 싶더니 3대의 산악용 오토바이가 일정한 간격을 두고 내리막길을 내려오는 게 보였다.
최씨는 "옆에서 무슨 말을 하는지 안 들릴 정도의 소음 탓에 아들이 울음을 터트렸다"며 "겁이 나서 뭐라 항의도 못 하고 얼른 지나가기만을 기다렸다"고 말했다.
이날 산악용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코스 답사차 황령산에 찾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황령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강정순 회장은 "코스를 답사한다는 것은 앞으로 자주 오겠다는 의미"라고 우려했다.
남구청에는 올해 들어 황령산의 산악용 오토바이와 관련한 민원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두달간 접수된 민원만 8건이다.
남구청은 거의 매주 현장을 직접 순찰하며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하고 노면의 훼손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현장에서는 산악용 오토바이 탓에 파인 것으로 추정되는 깊은 바퀴 자국 등이 발견됐다.
남구청 관계자는 "산악용 오토바이는 소음과 매연이 심한 편이고 우둘투둘한 바퀴의 특성상 이동 중에 돌이나 흙이 튀어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산악용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도심 외곽의 인적이 드문 산길이나 비포장길을 주로 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구청은 2차 사고의 위험을 막으려고 현장을 보수하고 산악용 오토바이의 통행을 자제하는 현수막을 설치했지만 큰 성과가 없다.
산악용 오토바이의 출입을 막을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부산 도심에 있는 장산의 임도를 관리하는 해운대구는 임도 입구에 차단기를 설치해 산악용 오토바이의 출입을 막고 있지만 차단기를 넘는다고 해서 처벌할 수는 없다.
오히려 해당 운전자가 관할 구청의 출입 제한을 문제 삼으면 그것 역시 또 다른 민원이 될 수 있다.
남구청 관계자는 "산악용 오토바이의 등산로 출입을 자제해달라는 계도 활동 외에 뾰족한 수가 없어 민원을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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