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연합뉴스) 김병규 특파원 = 일본 정부가 주민들의 거센 반대에도 오키나와(沖繩)현 미군기지 이전공사를 본격 착수했다.
25일 일본 언론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이날 오전 오키나와 미군 후텐마(普天間) 비행장의 이전지인 나고(名護)시 헤노코(邊野古) 연안에서 호안(護岸) 공사를 시작했다.
호안 공사는 바다의 기슭이나 둑 등이 무너지지 않도록 보호하는 것으로, 헤노코 기지 설립을 위한 본 공사의 첫 단계에 해당한다.
헤노코 기지는 기노완(宜野彎)시 한가운데에 위치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비행장'으로 불리는 후텐마 비행장을 대신할 기지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1996년에 2003년까지 이 기지를 일본에 반환하고 다른 곳으로 이전하기로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하지만 주민 반발에 부딪혀 이전 예정지인 헤노코 기지를 조성하지 못했고 결국 20년 넘게 이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오키나와 현과 지역 주민들이 헤노코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것은 헤노코 기지 역시 지역 주민 안전에 위협이 될 것이며 기지 건설이 산호초 등 환경을 심각하게 파괴할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오키나와 현은 기지 이전에 반발해 헤노코 해안부 매립 승인을 취소하는 조처를 했지만, 작년 12월 최고재판소(대법원)는 이 같은 조치를 되돌릴 것을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첫날 공사는 크레인으로 대량의 석재를 들어 올려 바닷속으로 던지는 작업으로 시작됐다. 해상보안청 함선이 경비를 서는 가운데, 지역 주민들은 '신기지 건설 반대' 등의 구호를 외치며 반대 시위를 펼쳤다.
시위에 참여한 나고 시 거주 남성(62)은 "민의를 무시한 조치로, 절대로 기지를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한 회사원 남성(35)은 "소음과 진동이 많아서 아이들의 건강도 걱정이다. 국가는 이 같은 지역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는 주민 반대를 무시한 채 공사를 강행해 2020년까지 헤노코 비행장을 지은 뒤 2022년에는 기지 이전을 실시할 계획이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장방관은 "하루라도 빨리 후텐마 기지를 반환하고 싶다"며 "이미 (오키나와 현의 매립 취소가 부당하다는) 최고재판소의 판결이 나온 만큼 우려할 만한 것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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