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관 전 1차관, 김종덕·정관주·신동철 재판 나와 증언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이보배 기자 = 청와대가 문화체육관광부 간부급 공무원들을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면서 문화·예술계 지원 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를 집행할 수밖에 없도록 '공포 분위기'를 조성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박민관 전 문체부 1차관은 25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0부(황병헌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김종덕 전 장관, 정관주 전 차관,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속행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이 같은 취지로 말했다.
박 전 차관은 "2014년 유진룡 전 장관이 갑자기 면직되고 1급 공무원 3명이 옷을 벗게 됐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하며 "조직 내에서 보기에는 굉장히 심각하고 무서운 일"이라고 진술했다.
이 같은 진술은 신문 과정에서 특검이 "왜 '블랙리스트'를 집행할 수밖에 없었는지 당시 문체부 상황을 설명해 달라"고 묻자 답변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박 전 차관은 또 "1급 공무원들은 신분 보장이 안 되는 게 관행이나 정권이 바뀌는 등 특별한 경우가 있을 때만 그런(사표를 받는) 일이 벌어진다"며 "1급 3명을 특별한 이유 없이 자른 것은 결국 청와대 뜻으로 저희는 알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칫 시키는 대로 안 하면 어느 순간 인사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겠다는 강한 메시지, 그런 분위기였고 많은 직원이 어쩔 수 없이 끌려갈 수밖에 없었다"며 "공포스러운 분위기였다"고 덧붙였다.
이에 신동철 전 비서관 변호인은 "강제퇴직으로 공포감을 느끼게 하는 과정에 정무수석실이 관여한 부분이 있나"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박 전 차관은 "공포스러운 분위기에서 문체부 모든 조직원이 청와대 지시를 거부할 수 없는 상황이 됐고, 청와대는 대통령만을 뜻하는 게 아니라 그 밑에서 일하는 수많은 비서도 똑같은 비중을 가진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박 전 차관은 후임자로 정관주 전 차관이 부임한 건 일반적으로 내부 승진자를 앉히는 관행을 깬 것이라는 취지로 진술했다.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2014년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실에 국민소통비서관으로 정 전 차관이 오자 문체부 직원들 사이에 블랙리스트 업무가 강화될 것으로 생각하는 분위기가 많았던 것이 사실인가"라고 묻자, 박 전 차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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