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난장' 펴낸 홍성담 화백 "세월호 아이들 내 몸 속에 있어"
(서울=연합뉴스) 김계연 기자 = "세월호 유가족 어머님들이 가끔 제 작업실에 오시면 우세요. 그러면 저는 이렇게 말해요. '아이들 재밌게 놀고 있어요. 자기들끼리 난장을 벌이고 있을 거예요. 부모님, 선생님도 없고 점수 매길 일도 없고 마음 편하게 놀고 있을 거예요.' 그러면 어머님들 표정이 밝아져요."
박근혜 전 대통령을 풍자한 걸개그림 '세월오월'의 작가 홍성담(62)이 세월호 참사의 원혼들을 소설로 달랬다. 작가가 최근 펴낸 소설 '난장'(에세이스트사)은 억울하게 목숨을 잃고 아직 원한을 풀지 못한 영혼들을 위한 씻김굿이다.
스물여덟 살 화가 오현주는 권력을 독점하고 민중을 도탄에 빠뜨리는 세력인 '검은손'과 한판 대결을 벌인다. 오현주와 검은손은 서로 쫓고 쫓기는 사이. 매복조에 기습당한 오현주는 불암산 절벽에서 중랑천으로 뛰어내린다. 이때 1829년에 죽은 처녀귀신이 동행한다. 그리고 물속에서 '투명하게 하얀' 사람들의 행렬을 만난다. 세월호 원혼들이었다.
"청와대에서 사는 사람은 설거지도 안하고, 세수 목욕도 안하고, 똥도 안 싸는감? 우리는 그렇게라도 헌물 쏟아지는 구멍으로 기어들어가서 대통령을 결단코 만나야것어!" (25쪽) 일행은 청와대 화장실과 부엌 수챗구멍을 통해 청와대 진입에 성공한다. 청계천을 지나 청와대까지 가는 과정에 한바탕 놀이가 펼쳐진다.
소설에는 작가 특유의 풍자와 해학이 가득하다. 막상 청와대에 들어가보니 대통령은 없고 웬 주사기와 비아그라만 많다. 청운동 안가에 있던 대통령의 독백. "일곱 시간이 되려면 아직 4시간 48분이 남았다. 이 귀중한 시간 동안엔 아무도 우리를 절대 찾지도 연락도 할 수 없다. (…) 대포동 미사일이 남산 꼭대기에 떨어져 터지든지 말든지, 똥별들이 방산비리 잔치를 벌이든지 말든지, (…)" (228쪽)
작가는 신명나는 이야기를 지어놓고 "추모라기보다는 일종의 노래"라고 했다. 하지만 작가는 세월호 참사로 가까운 이를 잃은 당사자이기도 하다. 안산의 작업실에서 아르바이트하던 단원고 학생을 떠나보냈다. 작가는 "나한테는 귀신이 들려 있다. 그 아이들이 내 몸 속에 있다"고 했다.
"노래는 놀이에서 나왔어요. 원한에 찬 귀신을 위로해주는 것도 놀음이라고 하잖아요. 귀신하고 흥겹게 놀아줘야 저 세상으로 가요. 진짜 제대로 한번 노는 노래를 만들었어요. 문장들이 음률을 갖고 있어서 북 장단에 맞춰 부르면 판소리가 될 거예요." 256쪽.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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