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병원 이승구 박사 '천 년 그림 속 의학 이야기' 출간
(대전=연합뉴스) 이재림 기자 = '인간에게 개와 오리의 피를 수혈?', '마취제가 없던 시절 수술과 제왕절개는 어떻게?', '유럽 약국 입구에는 왜 뱀이 휘감긴 막대기가 그려져 있을까…'
신간 '천 년 그림 속 의학 이야기'(생각정거장 펴냄)는 명화와 삽화 속 수천 년 의학의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냈다.
이 책의 저자는 선병원재단 대전 선병원 국제의료원장 겸 정형외과 과장으로 재직 중인 이승구 박사다.
이 박사는 고대 벽화, 파피루스 조각, 중세 필사본, 근대 명화, 의학 교과서 삽화 등을 책 한 권에 담았다.
현재의 의술로 발전하기까지 겪은 시행착오와 이를 최대한 줄이려는 의료진의 노력 등 그림 속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의학의 변화상을 살필 수 있다.
평생 정형외과 전문의로 활동해온 저자가 전해주는 이야기와 그림은 때론 안타깝고 잔인하기도 하다.
혈액형이 통용되기 전 17세기엔 인간과 동물 간 목숨을 건 수혈이 이뤄졌다. 1차 세계대전까지도 마취 없이 톱과 칼로만 다리를 절단한 후 화약 가루로 불을 붙여 지혈하는 원시적인 방법이 사용됐다.
소독이라는 개념은 19세기에야 등장했는데, 그 전에는 환자의 상처를 단단히 동여매 썩게 하거나 손을 씻지 않아 세균 감염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시행착오는 근대 의학 발전의 밑거름이 됐다고 저자는 소개한다. 마취제의 등장, 항생제 페니실린의 발견, 청진기의 발명 등은 인류가 생명 연장을 실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설명이다.
의사가 현재와 같은 모습을 갖춘 지도 오래되지 않았다. 고대에는 주술사나 무당이, 중세에는 수도사가 의료행위를 했다.
근대 이전에 병원은 환자를 진료하는 곳이라기보다는 고아, 빈민, 노인, 장애인을 수용하는 시설에 가까웠다. 평민과 노동자를 위한 시민병원이 설립된 것은 18세기 이후였다.
의학의 발달과 함께 환자에 대한 개념도 변했다. 중세에는 질병이나 환자를 악마의 소행으로 여겼고, 의료행위는 악마와 싸우는 것으로 이해했다.
19세기에 들어와서야 인체 해부학과 이를 기초로 한 병리학, 생리학, 내과학, 외과학이 정립됐다.
이승구 박사는 이 책을 쓰기 위해 오랜 시간 희소한 의학사 단편을 찾아 전 세계 유명 박물관과 미술관, 도서관을 훑었다.
그는 "의학의 역사는 인류의 생로병사에 대한 이야기이자 인간에 대한 기록 그 자체"라며 "조기 질병 유전자 검색, 진단 기술의 발달, 로봇 수술 확대 등으로 앞으로 인간의 기대 수명은 130살 정도까지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자가 담아낸 150여 편의 예술작품 속 이야기는 어떤 생명체도 생로병사를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이 박사는 "과거 의학의 실수와 오류, 그리고 극복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의학이 나아갈 미래까지 닿게 된다"며 "이 책을 통해 과거 의학에 대한 이해는 물론 현재와 미래의 건강한 삶을 즐길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wald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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