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미 "벅차오르는 이 노래로 가슴의 울분 수그러들길"

입력 2017-04-26 16:12   수정 2017-04-26 18:34

이은미 "벅차오르는 이 노래로 가슴의 울분 수그러들길"

데뷔 28년만에 첫 싱글 '알바트로스'…"연가 아닌 간절함, 희망 담아"

"정치적 소신 밝히면 책임 따라…30년간 받은 사랑 잘 사용하고 싶을뿐"




(서울=연합뉴스) 이은정 기자 = '맨발의 디바'로 불리는 가수 이은미는 싱글 '알바트로스'를 녹음하며 가슴이 끓어오르는 벅참을 느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린 지난해 억눌려 있고 폭발할 것 같은 압박감 속에 있다"며 "큰 고비는 넘겼지만 완벽하게 해소되지 못한 상황이어서 이 노래로 가슴에 인 울분이 조금이나마 수그러들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3년 만의 신곡 '알바트로스' 발표한 그는 26일 오후 1시 서울 중구 정동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작년 내내 마음 졸이고 답답함을 느낀 사람들과 이 곡으로 일종의 해소를 하고 싶었다"고 강조했다.

1989년 신촌블루스 객원 가수로 데뷔한 그가 싱글을 낸 건 처음이다.

'알바트로스'는 그의 대표곡 '애인있어요'와 '헤어지는 중입니다', '결혼 안하길 잘했지', '녹턴' 등을 함께 작업한 작곡가 윤일상과 작사가 최은하가 다시 뭉쳐 작업한 노래다.




그러나 기존의 연가와는 감정선이 다르다.

이 자리에 함께 참석한 윤일상은 "그간 이은미 씨에게 그리움, 사랑에 대한 아픔 등 연가를 주제로 한 곡을 줬다"며 "하지만 다들 살기가 힘들어서 연가를 주제로 하니 감정이입이 안되더라. 이번 곡에선 벅차오르는 간절함, 희망을 담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이런 간담회 자리가 처음이라는 작사가 최은하는 보들레르의 시집 '악의 꽃'에 수록된 동명시를 좋아해 언젠가 알바트로스를 소재로 가사를 쓰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드디어 만났다고 했다.

"파도가 몰아치는 바다에서 가사를 떠올렸어요. 그런데 이은미 씨에게 가사를 보내줬더니 여행 중 바다 위에서 받아봤다고 했죠. 각자의 위치에서 다른 삶을 살지만 무언가 연결돼 있다는 따뜻한 기분을 느꼈어요."(최은하)

이은미는 작년 6월 스쿠버다이빙을 하러 인도네시아 코모도 섬에 있을 때 가사를 받고서 벅차오름을 느꼈다고 거들었다. 그러면서 1년 전 윤일상에게 이 곡을 받았지만 지난해 지치고 고갈된 황폐한 심리 상태에서 노래를 부를 수 없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서로 견딜 충전제가 없는 사회에서 버티는 게 어려운 일이더라"며 "데뷔 30년을 앞두고 목소리가 악기인 사람이 가지는 나이 듦에 대한 성찰도 힘들었다. 하지만 작년 10월 투어를 시작하고 연말 주말마다 광화문에 나오면서 나도 모르는 삶의 공감대가 확 느껴졌다. 이달 이제는 노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윤일상 씨에게 말했고 1주일 만에 완성했다"고 설명했다.

이은미는 보컬리스트로서 윤일상과 만난 게 큰 행운이라며 "'알바트로스'는 전체적인 멜로디의 흐름이 분명 가슴을 끓어오르게 하는 선율로 돼 있다"며 뜨겁게 뭉클함이 느껴지는 한 소절을 불러줬다.

'파도 몰아치는 바다로 그저 내 날개를 펼치고 있다/ 바람아 더 불어라 더 거칠수록 나는 더 뜨겁게 오~'('알바트로스' 중)

이 곡의 감정을 잘 전달하기 위해 그는 "테크닉으로 포장하고 싶지 않았다"며 "근본적인 내 소리의 힘을 사용하는 것이 노랫말을 충분히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음악에서도 시대의 정서를 고려한 그는 대표적인 폴리싱어(political+singer·정치적 의견 개진에 적극적인 가수)로 불린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대선후보의 지지자이며, 지난 연말에는 광화문광장 7차 촛불집회 무대에 올랐고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추모곡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을 발표하기도 했다.

스스로 오랜 야권 지지자라는 그는 정치, 사회적인 성향을 밝히는 것에 큰 부담은 없다고 밝혔다.

"주위에서 만류하는 이유는 실제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등 암암리에 그런 압력이 있고 존재한다는 게 드러났으니까요. 그런데 대중적으로 알려진 사람이 성향을 밝혔을 때는 말과 행동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해요. 제가 하는 여러 사회적, 정치적인 행위나 말은 책임질 수 있는 범주 안이고 늘 더 많은 부분을 함께 하지 못해 솔직히 죄책감을 더는 수준이죠."

그는 이어 "대한민국에서 음악가로 30년간 살아가면서 받은 놀라운 사랑을 나름대로 잘 사용해보고 싶은 것"이라며 "여러분과 같은 이유로 촛불을 들었고 그 무대에 섰다. 대한민국이 더는 망가지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며 '이게 나라'란 걸 보여줬으면 한다. 그 빛을 확인하는 상황이 오면 내 목소리로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란 노래를 기쁘게 부르고 싶다"고 덧붙였다.

또 문화예술인으로서의 바람을 묻자 "대한민국이 근본적으로 휘청거릴 수밖에 없는 것은 돈 없고 힘없고 '빽' 없는 게 죄가 돼서"라며 "누구에게나 공정한 사회로 기본 틀을 갖춘다면 음악가에게도 좋은 세상이 올 것"이라고 했다.

최근 가수 전인권이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후보를 지지해 뭇매를 맞았다는 말이 나오자 "본인의 정치적인 소신을 밝힌 것뿐"이라며 "모든 사람이 전인권 씨 같은 헤어스타일을 하지 않듯이 선택의 문제"라고 강조했다.

mimi@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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