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의 섬' 제주에 들어선 '베트남 피에타' 동상

입력 2017-04-26 16:36  

'평화의 섬' 제주에 들어선 '베트남 피에타' 동상

강정마을서 베트남전 민간인 희생자 추모…제막식 열려

(서귀포=연합뉴스) 박지호 기자 = "이름을 부릅니다. 보자인(Vo Danh), 한자로는 무명씨, 우리말로는 아무개. 보자인, 이름 아닌 이름을 부릅니다. 갓 태어나 아직 이름도 받지 못한 채 죽어간 숱한 아기들의 이름은 '보자인'입니다. '베트남 피에타'의 어머니는 이 무명 아기들을 제 품에 안고 자장가를 부릅니다. '베트남 피에타'의 베트남어 이름은 '마지막 자장가'(Loi ru cuoi cung) 입니다."






베트남전 종전 42주년을 맞아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에 희생된 어머니와 아기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한 '베트남 피에타'(베트남어 이름 '마지막 자장가') 동상이 '평화의 섬' 제주에 세워졌다.

한베평화재단은 26일 오후 3시 재단과 천주교, 불교, 기독교 관계자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제주 서귀포시 강정마을의 성프란치스코 평화센터에서 베트남전 종전 42주년 기념 기자회견과 베트남 피에타 동상 제막식을 개최했다.





이 동상은 베트남전에서 한국군에 희생된 민간인 여성과 이름도 없이 죽어간 아기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 제작됐다. '평화의 소녀상'을 만든 김서경·김운경 작가가 제작을 맡았다.

재단은 모금활동을 통해 조각상을 한국과 베트남에 하나씩 세울 것을 약속, 올해 종전기념일에 맞춰 첫 번째 베트남 피에타를 세웠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앞서 지난해 종전기념일에 동상 원형을 공개한 데 이어 베트남 다낭박물관과 베트남의 시인 탄타오에게 피에타 동상 미니어처를 기증한 바 있다.

동상 옆에는 고은 시인과 탄타오 시인의 평화에 대한 기림을 새긴 동판이 설치됐고, 추모공간도 마련됐다.






강우일 한베평화재단 이사장은 "오늘 베트남전 종전 42년 만에 전쟁으로 스러져 간 어미와 그 품 안에 잠든 아기의 얼굴을 마주한다"며 "그 모든 억울한 죽음을 위로하며 여기 평화의 섬 제주, 세계 평화의 일선 강정마을에 '베트남 피에타'를 세운다"고 운을 뗐다.

그는 "역사의 행간으로 사라진 베트남전 한국군 민간인 학살에 대한 진실규명이 반드시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우리 형제와 이웃을 그 전쟁터로 내보낸 우리 모두의 참회와 사죄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한베평화재단은 베트남전에서의 한국군 민간인 학살에 대한 한국 사회의 반성과 성찰을 이어 평화로 나아가고자 지난해 4월 발족했다.







지난 2월 재단 설립을 마친 뒤 베트남 전쟁에 대한 학술연구, 평화교육, 전쟁 피해자 복지사업, 베트남과의 문화예술교류 등 다양한 사업을 준비하고 있으며 베트남전 종전 기념일(4월 30일)을 기해 희생자에 대한 사죄와 평화를 기원하는 행사를 열고 있다.

jihopar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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