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부흥상 "나도 용납 못 해"…집권당 간사장은 언론 비판
(도쿄=연합뉴스) 김정선 특파원 = 일본 정부 각료인 부흥상이 동일본대지진이 도호쿠(東北) 지방에서 일어나 다행이라고 말했다가 사임한 것을 두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나서 재차 진화에 나섰지만, 파문은 계속 확산하고 있다.
26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이날 오전 "피해지역 모든 분의 신뢰를 저버린 중대한 발언으로, 다시 한 번 깊이 사죄드린다"며 "임명 책임은 총리인 나에게 있다"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피해지역 재건을 책임진 이마무라 마사히로(今村雅弘) 부흥상이 전날 도쿄(東京)에서 열린 집권 자민당 파벌 모임에서 수도권이 아닌 도호쿠 지방에서 지진이 일어나 다행이었다는 취지로 내뱉은 망언을 거론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전날 심야에 사태의 심각성을 의식한 듯 최대 지진 피해지역인 후쿠시마(福島) 현 출신 요시노 마사요시(吉野正芳) 중의원을 후임자로 내정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정작 요시노 중의원은 이날 오전 취임 직전 이마무라 전 부흥상의 발언에 대해 "나는 피해지역 출신인 만큼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자민당 내 동일본대지진 부흥가속화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당 차원에서 총리관저, 당사자에게 항의해 달라"고 요구했다면서 문제의 망언에 대해 유감이라고 밝혔다.
민진·공산·자유·사민 등 야4당의 국회대책위원장은 이날 이마무라 전 부흥상의 사임에 그칠 문제가 아니라며 의원직 사퇴까지 요구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제1야당인 민진당의 야마노이 가즈노리(山井和則) 국회대책위원장은 "피해자들을 모욕한 발언"이라고 비난했고, 렌호(蓮舫) 대표는 "임명 책임을 엄중하게 묻겠다"며 사임시킨 것으로 다 끝났다는 식의 행태는 "국민을 바보로 대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자민당의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간사장은 이날 도쿄에서 열린 강연에서 "말에 대한 오해가 있다고 목을 칠 때까지 힘을 쓸 필요가 있느냐"며 오히려 이마무라 전 부흥상을 두둔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니카이 간사장은 "매스컴은 정치가의 말을 빠짐없이 기록하면서 한 줄이라도 나쁜 게 있으면 '바로 목을 치라'고 한다"고 오히려 언론 보도를 비판했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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