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느낌 그대로…서스펜스 스릴러 '석조저택 살인사건'

입력 2017-04-26 18:23   수정 2017-04-26 18:36

원작 느낌 그대로…서스펜스 스릴러 '석조저택 살인사건'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다음 달 9일 개봉하는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빌 S. 밸린저의 1955년 소설 '이와 손톱'을 원작으로 한 영화다. 서스펜스 소설의 고전으로 불리는 작품인 만큼, 제작 단계서부터 많은 기대와 관심이 쏠렸다.

26일 베일을 벗은 '석조저택 살인사건'은 원작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소설의 배경은 1950년대 미국이지만, 영화는 해방 직후 경성이 주 무대이고, 주인공과 얽힌 또 다른 여성 캐릭터가 추가된 것 정도가 다르고 나머지 캐릭터와 얼개는 그대로 유지했다. 여기에 배우들의 호연, 세련된 연출이 어우러지면서 그동안 한국영화에서 보기 힘든 독특하고 세련된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로 탄생했다.

한 마술사(고수 분)가 어느 날 갑자기 살해당한 연인의 복수를 위해 범인을 쫓는 과정이 영화의 씨줄이라면, 시체 없는 살인 사건을 두고 펼쳐지는 법정 공방은 날줄이다. 폭우가 쏟아지던 밤, 거대한 석조주택에서 총소리가 들리고, 잘린 검지 손가락이 발견된다. 검사(박성웅 분)는 살인을 주장하고, 변호사(문성근 분)는 시체가 없다며 무죄라고 맞선다.






영화는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서서히 몰입도를 높인다. 법정에서 치열한 법리 대결이 펼쳐지는데도 정작 피고가 누구인지, 누가 살해됐는지조차 극 중반까지 알려주지 않는다. 변호사와 검사 중 누가 정의의 편에 섰는지도 힌트를 주지 않는다.

미장센(장면 연출)은 강렬하다. 주인공의 푸른 외투, 푸른 빛이 도는 벽지 등 전체적으로 차가운 톤을 유지하면서도 빨간 모자, 스크린을 물들이는 붉은 피와 같은 강렬한 색상을 대비시켰다. 특히 마술사가 공연하는 무대와 방, 클럽 등 한정된 공간에서 주로 전개되는 초반은 연극 무대같다.

영화를 한층 풍성하게 만든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고수는 마술사와 운전사 등 사실상 1인 2역을 연기하며 연인을 잃은 슬픔과 분노을 절절하게 표현해냈다.

올 초 '공조'에서 북한군의 범죄조직 리더로 악역을 선보인 김주혁은 이번에는 사이코패스 성향의 악역으로 나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살인 사건 피의자를 변호하는 변호사 역의 문성근과 유죄를 입증하려는 검사 역의 박성웅도 연기 내공을 보여준다.




영화는 해방 직후 혼란기에 빠진 경성을 무대로 했지만, 시대상을 살리지는 못한다. 초반에 마술사와 한 여인이 우연히 만나 사랑에 빠지는 대목이 다소 부자연스럽기도 하다.

영화는 완성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정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촬영까지 마쳤으나 제작사와 투자배급사 간 갈등으로 정 감독이 하차하고, 김휘 감독이 바통을 이어받아 후반 작업을 마무리했다. 엔딩 크레디트에는 정식·김휘 공동 연출로 표기됐다.

'이웃사람'(2012), '무서운 이야기2'를 통해 공포 스릴러에 강점을 보여준 김휘 감독은 시사회 후 "원작이 유명하다 보니 원작이 가진 재미를 훼손하지 않고 옮기려고 노력했다"면서 "다만, 장르의 색깔과 사건을 부각하기 위해 원작과 다른 제목을 붙였다"고 말했다.




fusionjc@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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