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정성호 기자 = 27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1분기 실적을 보면 '슈퍼 사이클'(장기 호황) 국면에 올라탄 반도체 분야가 호실적을 이끌었다.
반도체 부문은 사상 최대 규모인 6조3천10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여기에 스마트폰용 플렉서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과 고부가가치 LCD(액정표시장치) 패널의 판매 증가 등 디스플레이 부문도 '쌍두마차' 역할을 했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합친 부품(DS) 부문도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인 7조5천900억원의 영억이익을 올렸다.
이처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등 부품 부문의 약진이 IM(인터넷·모바일) 부문과 CE(소비자가전) 부문의 부진을 만회하면서 삼성전자는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영업이익(9조9천억원)을 거뒀다.
◇ 삼성 반도체의 '경쟁력'…영업이익률 40.3%
작년 3분기부터 두드러지기 시작한 반도체 분야의 실적 개선은 1분기에는 더욱 가팔랐다.
작년 1분기만 해도 2조6천300억원이었던 반도체 분야 영업이익은 1년 새 2.4배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11조1천500억원에서 15조6천600억원으로 늘었다. 매출은 40.4%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무려 139.9%나 증가한 것이다. 매출이 걷는 속도였다면 영업이익은 날아간 셈이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슈퍼 호황 효과에다 삼성전자의 독보적 기술경쟁력이 결합되면서 시너지를 거둔 결과다.
반도체 산업에서 기술경쟁력의 척도로 일컬어지는 미세공정 도입에서 경쟁사들을 압도하며 성능, 용량, 크기, 전력 소모 등 모든 면에서 진일보한 제품을 내놓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영업이익률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삼성전자의 D램 제품은 영업이익률이 50%를 웃도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비싸게 팔아도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팔린다는 얘기다.
1분기 반도체 분야의 영업이익률만 떼서 보면 40.3%다. 제조업체로는 이례적으로 영업이익률이 높기로 유명한 애플의 전성기 때 영업이익률이 35.3%였던 것에 비춰보면 삼성전자의 경쟁력이 금세 이해된다.
삼성전자는 1분기에 메모리의 경우 수요 증가에 따른 가격 강세 속에 고용량 기업용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과 데이터센터 D램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또 시스템LSI(시스템반도체) 쪽에선 플래그십 스마트폰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판매 확대와 응용처 다변화로 전년 1분기보다 실적이 대폭 개선됐다고 밝혔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메모리의 경우 낸드플래시에서 4TB 이상 서버 고용량 SSD와 64GB 이상 모바일 수요에 적극 대응하고, 48단 V낸드 공급을 확대해 견조한 실적을 이어갔다.
또 D램은 플래그십 스마트폰용 LPDDR4, LPDDR4X와 데이터센터 서버용 제품 등 차별화된 고용량·고성능 제품 공급을 강화하고 10나노급 공정 확대를 통한 원가 경쟁력을 확보해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 패널에서도 작년 4분기 1조3천400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린 데 이어 1분기에 1조3천억원을 벌며 양호한 실적을 이어갔다.
플렉서블 OLED의 판매 증가와 UHD(초고화질) 및 대형 중심의 고부가 LCD 제품 비중이 늘면서 실적이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 스마트폰·가전은 평년작
IM 영업이익은 2조700억원으로 작년 1분기의 3조8천900억원에 크게 못 미쳤다.
지난해 갤럭시노트7 단종의 여파가 남은 데다 작년엔 3월에 전략 제품인 갤럭시S7이 출시된 데 비해 올해는 차기작인 갤럭시S8의 출시가 4월로 미뤄진 점도 영향을 끼쳤다.
작년엔 플래그십 제품의 판매 실적이 1분기에 일부 반영됐지만 올해엔 전혀 반영되지 않은 것이다.
이에 따라 갤럭시A 신모델 출시와 중저가 스마트폰 판매 호조 등으로 판매량은 늘었지만 갤럭시S7과 S7엣지의 판매가 인하 등으로 실적은 줄었다고 삼성전자는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S8 등은 강화된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최고 판매 실적을 달성하도록 노력할 방침"이라며 "전체적으로 스마트폰에서 작년보다 실적을 개선하고 판매량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CE 부문은 매출액 10조3천400억원, 영업이익 3천800억원의 성적을 올렸다. TV의 경우 퀀텀닷 TV 등 프리미엄 제품 판매가 늘며 매출은 늘었지만 패널 가격 상승에 환율 영향으로 영업이익은 줄었다.
생활가전도 셰프컬렉션 냉장고와 애드워시 세탁기 등의 판매 호조로 매출은 성장했지만 북미 B2B(기업 간 거래) 시장 투자 등으로 영업이익은 제자리걸음을 했다.
◇ 2분기가 더 기다려진다
시장의 관심은 이제 2분기 성적표다.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달성할 것이란 데는 거의 이견이 없는 상황이다. 역대 최대 영업이익은 2013년 3분기의 10조1천600억원이었다. 이를 뛰어넘어 12조∼13조원을 벌어들일 것이란 전망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삼성전자도 2분기 전망에 긍정적이다.
우선 반도체의 경우 서버용 수요가 강세를 보이고 모바일의 고용량화가 지속되는 등 메모리 수요 강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하반기에도 계절적 성수기, 모바일 신제품 출시 등으로 시황이 좋을 것으로 보이지만 3D(3차원) 낸드플래시 공급이 늘며 수급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 주목되는 분야는 스마트폰이다. 1분기에 미처 출격하지 못한 갤럭시S8과 S8+가 마침내 시장에 풀렸기 때문이다. 1분기에 반영되지 못한 판매 실적이 고스란히 2분기 실적에 포함되며 실적 상승을 이끌 것이란 예상이 많다.
특히 갤럭시S8과 S8+는 초기 시장에서 호평을 받으며 판매 실적이 호조를 보이는 중이다.
다만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맞는 애플이 하반기 이를 기념한 야심작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경쟁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sisyph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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