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 지친 아재들에게 희망 주고 싶었다"
(서울=연합뉴스) 조재영 기자 = "삶에 지쳐서 점점 희망을 잃어가는 아재들에게 건강한 웃음을 주고 싶었습니다."
27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이성민(49)은 영화 '보안관'을 찍으면서 '아이언맨'의 주연인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52)를 경쟁자로 삼았다고 말했다.
"고등학교 1학년인 제 딸이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멋있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래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저보다 나이가 많지 뭡니까. 하하. '보안관' 속 대호는 아이언맨 같은 영웅은 아니지만, 그래도 건강하고 멋진 아저씨로 나와 중년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었죠."
'보안관'은 부산 기장의 보안관을 자처하는 전직 형사 대호(이성민 분)가 서울에서 내려온 성공한 사업가(조진웅 분)를 마약사범으로 의심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코믹영화다. 이성민은 이웃집 숟가락 개수까지 꿰고 있을 정도로 오지랖이 넓고, 정의감이 강한 인물로 나온다.
그동안 그가 드라마 '기억', '미생' 등에서 보여준 인간미 넘치는 중년 남성의 모습과 오버랩되면서도, 액션과 코믹 연기를 선보인다는 점에서 캐릭터의 결이 다르다. 경북 영주 출신인 이성민은 이 영화에서 부산 사투리를 자연스럽게 연기했다. 또 민소매에 구릿빛 피부를 뽐내며 제트스키를 타기도 한다.
"본격적인 코미디 연기보다는 소소하고 건강한 웃음을 주는 데 초점을 맞췄죠. 일반 시사회 때 보니까 박장대소까지는 아니더라도, 만화책을 보는 것처럼 킥킥하는 웃음소리가 계속 들리더라고요.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웃음이 터지기도 하고요. 관객들을 놀라게 하거나 먹먹하게 하는 연기는 계산이 가능한데, 웃기려는 연기는 정말 예측을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이성민은 '보안관'이 마음 편히 웃고 즐기는 영화지만, 숨은 메시지도 담겨있다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영화 속 기장 주민들의 변해가는 모습을 들었다. 주민들은 처음에는 종진이 제안한 대규모 개발 계획에 극렬히 반대하지만, 그의 물량공세에 넘어가 대호를 외면하고 종진을 따른다.
"주민들의 모습을 보면 현실 속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종진은 사실 검은 색(악당)인데, 주민들은 그의 겉모습만 보고 흰색인 것처럼 믿고 넘어가죠. 그러나 결국 본색이 드러납니다. 최근 대통령 구속 사태에서 보듯 겉모습만 보고 속지 말자는 메시지가 담겨있죠."
이성민은 영화 속 캐릭터와 실제 성격은 완전히 다르다고 말했다. "나이가 들면서 성격이 조금 변하기는 했지만, 예전에는 거의 말을 안 할 정도로 내성적이었어요. 특히 술은 맥주 한잔도 못 해 사람들과 가까워지는 데 어려움이 있었죠."
"예능 트라우마가 있다"는 그는 전날 방영된 예능프로 '라디오스타'에 깜짝 출연했다.
"제가 말하면 다들 재미없어해요. 또 이미 단물이 다 빠져서 새로울 것도 없고요. 그래도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후배들을 보면서 반성을 많이 했습니다. 저도 이제 그렇게 해야겠다, 이게 내 숙명인 이상 받아들여 한다고 생각했죠."
이성민은 '보안관'을 촬영하면서 사이가 돈독해진 조우진, 임현성, 배정남 등 후배 배우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특히 대호를 따르는 기장 주민으로 출연한 배정남에 대해 애정을 드러냈다.
"정남이는 정말 착하고 순박해요. 낯선 사람 앞에서는 거의 말을 안 하지만, 촬영장에서는 마스코트였죠. 배우로서는 아직 원석이지만, 잘 다듬어지면 독특한 배우로 성장할 것 같습니다."
차기작으로 황정민과 함께 '공작'을 촬영 중인 이성민은 "이제는 자연스럽고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캐릭터보다는 명암이 뚜렷하고 지금까지 배역과는 다른 눈빛을 가진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욕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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