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6년간 구급대원 폭행 45건…"가해자 약 90%는 주취자"
(춘천=연합뉴스) 박영서 기자 = "너 왜 꺾어 자꾸 팔을, 왜 팔을 꺾느냐고 ○○○야, 야 또 꺾어봐"
지난 22일 오후 6시 20분 강원 춘천시 동내면의 한 식당.
술에 취한 김모(58) 씨는 종업원에게 행패를 부리던중 이를 말리던 구급대원 가슴을 수차례 때리고, 욕설을 퍼부었다.
결국, 김 씨는 공무집행방해 등 혐의로 구속됐다.
같은 날 오전 1시 53분 춘천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 입구에서는 만취한 50대 이송환자가 욕설과 함께 구급대원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렸다.
스스로 119에 신고해놓고는 병원으로 이송되자 치료를 거부하며 자택 이송을 요구하다 거부당하자 구급대원에게 폭력을 행사한 것이다.
심지어 이날 구급출동 중에는 만취한 40대 남성이 자신의 강아지와 함께 집으로 귀가시켜달라고 요구해 구급대원들이 헛걸음하기도 했다.
이처럼 구급대원에게 주먹을 휘두르거나 욕설을 퍼붓는 일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그야말로 '물에 빠진 사람을 구해줬더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다.
비응급 상황에서 허위 신고하거나 아프다며 119에 신고한 뒤 병원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도 잦다.
대부분 만취 상태에서 이 같은 횡포를 부린다.
27일 강원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최근 2012년부터 현재까지 주취자 등의 구급대원 폭행은 45건이다.
2012년 5건, 2013년 6건, 2014년 12건, 2015년 11건, 2016년 9건, 2017년 현재까지 2건 등이다.
가해자는 주취자가 40명, 정신질환자 1명, 기타 4명이다. 가해자 10명 중 9명은 주취자인 셈이다.
이들에 대한 처리결과를 보면 벌금 50∼700만원 31명, 징역 6개월∼집행유예 2년 7명, 기타 3명, 재판 중 2명, 사건수사 진행 중 2명이다.
119 구조·구급에 관한 법률에는 구조·구급활동을 방해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처한다고 명시돼있다.
주취자들의 허위신고나 구급대원 폭행은 소중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촌각을 다투는 소방당국의 소방력을 낭비할 뿐 아니라 구조대원에게도 큰 상처를 남긴다.
지난해 강원 지역 구급출동 통계를 보면 응급환자 신고를 받고 출동했을 때 환자가 없었던 경우가 무려 4천574건에 달했다.
단순감기·치통·타박상과 주취 등 비응급 상황으로 보호자나 환자가 이송을 거부한 사례도 3천585건이다.
단순주취자처럼 비응급으로 판단해 구급대원이 이송을 거절한 경우도 215차례나 된다.
올해 3월까지 주취자 관련 구급출동 607건 중 절반이 넘는 395(65%)건이 현장에 도착했으나 환자가 없거나 환자가 이송을 거부 또는 단순주취자 신고로 경찰에 인계해 미이송된 사례였다.
현행법상 위급하지 않은 경우 신고단계에서 구급대를 출동시키지 않을 수 있으나 응급 여부 판단이 쉽지 않아 대부분 구급대를 출동시킬 수밖에 없다.
한정된 소방력으로 운영하는 119구급대인 만큼 위급한 이웃이 적기에 이용할 수 있도록 비응급환자는 이용을 자제하는 배려의 마음이 아쉽기만 하다.
이흥교 도 소방본부장은 "구급대원 폭행자는 강력히 처벌하겠다"며 "구급대원들이 소중한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선진국 위상에 걸맞은 성숙한 시민의식으로 대원들을 존중해달라"고 당부했다.
conany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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