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병·장수 기원합니다"…'효도 지팡이' 만드는 학생들

입력 2017-04-27 13:55  

"무병·장수 기원합니다"…'효도 지팡이' 만드는 학생들

보령 주산중 학생들 2년째 청려장 만들어 노인들에게 전달

(보령=연합뉴스) 한종구 기자 = 노인들의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며 맞춤형 지팡이를 만드는 학생들이 있다.


주인공은 충남 보령 주산중학교 이봉재 교사와 학생들이다.

전교생이 22명인 이 학교에서는 2년 전부터 노인을 위한 지팡이를 만들고 있다.

학생들이 만드는 지팡이는 한해살이 풀인 명아주로 만들어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것으로 유명한 '청려장'이다.

청려장은 예로부터 '신경통에 좋다'는 말과 함께 '청려장을 짚고 다니면 중풍에 안 걸리고 중풍에 걸린 사람도 쉽게 낫는다'는 말이 전해지는 효도 지팡이다.

정부는 과거 임금이 장수 노인에게 하사하던 전통에 따라 매년 노인의 날에 그해 100세가 된 노인에게 청려장을 선물하고 있다.

이 교사가 학생들과 함께 청려장을 만들기 시작한 것은 2년 전부터다.

학교 텃밭에 식물을 심고 가꾸는 활동을 통해 자연과 친해질 수 있을 뿐 아니라 지팡이를 만들어 마을 노인들에게 선물하면서 자연스럽게 효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 교사는 곧장 지인 등을 통해 청려장 만드는 방법을 배웠고, 학생들과 청려장 만들기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먼저 학교 텃밭 한쪽에 명아주를 심고 가꿨다.

수확한 명아주는 9번 이상 찌고 말리는 과정을 거쳤다.

수백 번의 사포질을 한 뒤 색칠을 하면 한해살이 잡풀은 단단한 청려장으로 태어났다.

어렵고 귀찮은 일이지만 청려장을 만드는 학생들의 표정은 진지하다.

2학년 엄동욱 학생은 "청려장 만드는 일이 너무 까다롭고 복잡해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많았다"라면서도 "청려장을 받을 할아버지나 할머니의 환한 얼굴을 떠올리며 힘든 과정을 참았다"고 말했다.


청려장 만들기 프로젝트는 예상대로 학생들에게 좋은 교육 도구가 됐다.

학생들은 배운 대로 청려장을 만드는 것에서 나아가 노인들의 키를 고려해 다양한 크기의 지팡이 만들었다.

일부 학생은 자신의 친할아버지나 친할머니에게 선물하겠다며 점심시간과 쉬는 시간마다 정성을 쏟았고, 다른 교사들도 청려장 만들기에 동참하는 등 학교 전체가 하나가 됐다.

이봉재 교사는 "처음에는 학생들의 표정에서 귀찮아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많은 학생이 청려장 만들기에 동참했다"며 "자연이 주는 소중함은 물론 노인 공경심, 마을과 학교가 하나의 공동체라는 점을 학생들이 자연스럽게 느끼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주산중 학생들은 다음 달 2일 학교 체육관에서 마을잔치를 열고 노인 75명에게 건강과 장수를 기원하는 청려장 75개를 선물할 예정이다.

jkhan@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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