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번째 '나눔하우스' 완공…50∼60대 단원 40여명 '재능 기부'
(서산=연합뉴스) 조성민 기자 = 충남 서산시 운산면에 사는 기초생활수급자 A(75) 할머니는 올해 봄부터 편안하게 살 수 있는 '내 집'을 갖게 됐다.
서산의 자원봉사단체인 베이비부머봉사단(단장 이영주)이 주방과 화장실 등을 갖춘 18㎡ 규모의 원룸형 이동식 주택을 지어 이 할머니에게 제공한 것이다. 봉사단은 지난 20일 A할머니와 동네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조촐한 입주식을 했다.
연로한 데다 청각장애까지 있어 생활불편이 이만저만하지 않다는 면장의 전언에 따라 지난달 13일 착공한 지 한 달여 만에 할머니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뤄준 것이다.
이영주 봉사단장은 "할머니 임시 거처인 컨테이너에 가봤는데, 아무런 가재도구 없이 사실상 박스 하나만 덩그러니 있었다"며 "하루빨리 살 집을 마련해줘야겠다는 생각에 단원 모두 한마음으로 집 짓기에 동참했다"고 말했다.
한 달여 만에 집을 짓기까지는 50대 중반부터 60대 중반으로 이뤄진 40여명의 베이비부머봉사단원들이 가진 모든 역량을 투입했다.
주택 골조를 세우는 일에서부터 설비, 목공, 전기, 용접, 난방, 도배에 이르기까지 이들의 장기인 재능과 기술을 모두 쏟아부었다.
집 짓는데 특별한 기술이 없는 단원은 막일을 하며 부족한 일손을 거들었고, 대부분 단원이 시간이 날 때마다 현장을 찾았다.
베이비부머 봉사단이 지은 나눔하우스는 이번이 일곱 번째다.
서산시자원봉사센터를 통해 대기업의 후원을 받아 자재를 조달하면 베이비부머 봉사단이 재능 기부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현대파워텍, 현대오일뱅크, 현대다이모스 등 서산지역 기업이 자금을 후원했다. 충남도 공무원들이 자투리 월급을 모아 기부한 기금도 나눔하우스 신축에 활용됐다.
그동안 생활이 어려운 이웃에게 집을 고쳐주거나 보수를 해주는 경우는 있었지만, 이동식 주택을 지어 제공하는 방식은 사실상 베이비부머봉사단이 처음이다.
윤주문 서산시자원봉사센터장은 "생활이 어려운 분들 대부분 땅이나 집이 없는 경우가 많아 실제 도움을 주기가 쉽지 않아 어느 정도 생활이 나아질 때까지 이동식 주택을 제공하는 것이 효과가 있어 이 방식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그동안 나눔하우스는 생활이 어려운 사람 외에 화재로 집을 잃는 등 한시적으로 집이 필요한 사람에게도 공급됐다. 여건이 나아지면 제공한 집을 회수해 다른 필요한 사람에게 공급된다.
서산자원봉사센터의 나눔하우스는 행자부 최우수프로그램으로 선정돼 장관 표창을 받는 등 각종 대회에서 모범사례로 꼽혀 여러 차례 상을 받았다.
이영주 베이비부머봉사단장은 "작은 규모의 집이지만, 단원들 모두 우리 가족이 살집이라고 생각하고 못하나를 박을 때나 도배를 할 때 매 순간 최대한 정성을 기울였다"며 "모두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이만큼 살게 된 것에 감사하고 사회에 다시 되돌려준다는 마음에 단원 모두 더 큰 행복을 느낀다"고 말했다.
베이비부머봉사단은 몇 년 전부터 결혼이민여성 캄보디아 친정집을 찾아가 집을 고쳐주고 우물을 파주는가 하면 현지 NGO와 협력해 마을에 망고나무를 심어주고 자립 의지를 도와주는 등 민간외교관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한 봉사단원은 "우리가 만사 제쳐놓고 봉사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주변 분들이 뭐라고 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봉사에) 미친 사람들이라서 그렇다'라고 떳떳하게 대답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min365@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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