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다른 경찰관 피해여부 수사 확대"…"증거인멸 우려" 구속
(수원=연합뉴스) 최해민 기자 = 동료 여경 컴퓨터를 해킹해 사생활을 캐낸 뒤 협박, 돈을 뜯은 경찰 간부가 다른 동료 경찰관 30여명에게도 같은 악성 코드를 유포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에 따라 경찰은 추가 피해자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디지털 증거분석을 통해 전모(43) 경위가 다른 동료 30여명에게도 같은 악성 코드를 유포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전 경위도 추가 조사에서 "동료 경찰관 30여명에게도 같은 악성 코드를 유포했다"며 "언제, 누구에게 유포했는지는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실제로 돈을 요구해 받은 것은 여경 A(42)씨 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은 앞서 전 경위가 악성 코드를 유포한 경찰관 30여명을 상대로 추가 피해가 있는지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경찰은 공갈 및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전 경위를 구속해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수원지법은 이날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 후 "증거인멸 및 도주우려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전 경위는 지난해부터 올해 초까지 경찰 내부망 메신저를 이용해 A씨 등 동료 경찰관 30여명에게 악성 코드를 유포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악성 코드로 알게 된 A씨의 사생활을 빌미로 협박, 1천만원을 뜯은 혐의도 받고 있다.
전 경위는 과거 같은 부서에서 근무하며 알게 된 A씨에게 음악 파일을 넘겨주는 척하며 컴퓨터에 악성 코드를 심었다.
전 경위가 인터넷에서 다운 받은 이 악성 코드는 타인의 컴퓨터를 원격제어하거나 화면 엿보기, 파일 탈취 등의 기능이 있다.
악성 코드를 이용해 A씨의 사생활을 엿보던 그는 약점을 잡고 지난달 17일 오후 전화를 걸어 "누군가 네 사생활을 알고 있다고 하는데, 내가 막아주겠다"라며 돈을 요구한 것으로 조사됐다.
같은 날 저녁 퇴근 무렵 A씨 근무처 인근 주차장에 세워둔 차 안에서 A씨를 만난 전 경위는 현금과 수표 800만원을 받았고, 이후 계좌이체로 200만원을 추가로 받았다.
하지만 속은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감찰부서에 전 경위의 범행을 제보했고, 경기남부청 감찰부서는 사안이 중하다고 판단, 이달 중순께 사이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이버수사대는 압수수색 과정에서 전 경위의 범행 정황을 입수해 25일 오전 전 경위를 긴급체포하는 한편 26일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범행동기에 대해 전 경위는 "장난삼아 A씨에게 악성 코드를 보냈는데, 실제 사생활과 관련된 무언가를 알게 돼 돈을 달라고 했다"고 진술했다.
전 경위는 사이버 보안 분야 전문가로, 최근 심사 승진해 화성의 한 경찰서로 인사 이동된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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