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찌·MCM 등 명품 위주로 인기…휠라·MSGM 등 캐주얼브랜드도 제품 전면에 로고
(서울=연합뉴스) 김은경 기자 = 패션에 '로고'가 다시 등장했다.
한때 촌스럽다는 이유로 눈에 띄는 곳에서 자취를 감췄던 로고는 복고문화에 대한 향수, 강렬한 인상을 주려는 욕구 등 덕분에 다시 무대 중앙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있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로고'를 강조해 브랜드 정체성을 나타내려는 트렌드, 일명 '로고플레이'는 주로 명품 위주로 되살아났다.
이탈리아 명품브랜드 구찌는 초록·빨강의 삼색선과 고유의 'GG' 로고를 활용해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구찌는 한동안 고루하고 노티난다는 이미지 때문에 삼색선이나 'GG' 로고가 전면에 나타나지 않는 제품들이 더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2015년 새로 구찌의 수석 디자이너가 된 알렉산드로 미켈레는 이러한 구찌 특유의 포인트들을 재해석해 제품에 적용했고, 그 결과 구찌의 삼색선과 'GG' 로고는 새로운 유행이 됐다.
MCM이 로고 패턴을 활용해 출시하는 '비세토스' 라인은 스타크 백팩, 클러치류 등을 위주로 MCM 주간 판매 상위권에 지속적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꾸준한 사랑에 힘입어 MCM은 모노그램 비세토스 라인 중 여성 제품을 '에센셜 비세토스 오리지널'로 다음달 재출시할 예정이다.
MCM 관계자는 "비세토스 라인은 로고를 통해 클래식하면서도 럭셔리한 MCM의 감성을 세련되게 표현할 수 있는 패턴이기에 어떤 룩에도 소화할 수 있어 인기가 많다"고 평가했다.
펜디, 디올, 생로랑 등도 로고와 브랜드명을 제품 전면에 등장시켰다.
펜디는 2017 가을·겨울(FW) 컬렉션에서 F 두개가 맞물린 모양의 펜디 시그너처 로고를 부활시켰다.
디올 또한 올해초 마리아 그라치아 치우리가 여성 최초로 디올 크리에이티브 디자이너로 임명되면서 한동안 사용하지 않던 CD와 DIOR 로고가 많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신발 끈에 'JADIOR(자디올)'이 들어간 슬링백(뒷부분이 끈으로 된 구두)은 없어서 못 팔 정도고, DIOR이란 글씨를 새긴 의류들도 큰 인기다.
'생로랑'은 Y 로고 마케팅을 활발히 진행하며 모든 클러치에 큼직한 Y 글자를 달았다.
심플하게 브랜드명이나 로고를 제품 전면에 포인트로 박는 방식의 제품도 인기를 끈다.
휠라의 경우 FILA 혹은 F박스 로고를 전면에 배치한 빅로고 티셔츠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 올해까지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일부 매장에서만 구매할 수 있었지만 올해는 주력 아이템으로 선보여져 전 매장에서 판매 중이고 휠라 의류 제품군 중 가장 높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휠라는 이번시즌 브랜드 F로고를 반영한 'ㅋㅋㅋ팩 티셔츠'를 주력 제품으로 내세웠다. ㅋㅋㅋ팩은 휠라의 F로고의 왼쪽과 오른쪽을 반전해 유머러스하게 이름 붙인 티셔츠 제품을 지칭한 것이다.
의류 브랜드 MSGM와 ACNE의 대표 제품은 한가운데 'MSGM' 혹은 'ACNE'라는 글씨가 쓰인 맨투맨이다.
미국 브랜드 '슈프림' 또한 빨간 박스 안에 흰색으로 'Supreme'이라고 적힌 프린트를 티셔츠와 후드티 등 다양한 제품에 적용해 패션스타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꾸민 듯, 안 꾸민 듯 자연스러운 멋을 추구하는 '놈코어 패션'이 몇년 전 등장하면서 '로고리스'(logoless)가 트렌드였을 때가 있었지만 이제는 다시 브랜드가 매력이 되는 시대가 왔다"며 "특히 브랜드 정체성을 제대로 드러낸 빅 로고 아이템들이 레트로 트렌드와 맞물려 인기가 급상승 중"이라고 전했다.
kamj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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