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압박과 협상' 트럼프 대북정책, 韓정부와 궁합맞을까

입력 2017-04-27 17:17   수정 2017-04-27 17:19

'최대압박과 협상' 트럼프 대북정책, 韓정부와 궁합맞을까

한국이 남북대화 우선시 '강경 압박' 미국과 균열 우려

"주도적 외교도 필요…정책적 '빅딜'도 가능"



(서울=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취임 석달 만에 최대의 압박과 비핵화 협상을 골자로 하는 대북정책을 수립하면서 차기 한국 정부와 원만하게 공조가 이뤄질지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행정부는 26일(현지시간) 외교·국방장관 및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합동성명 형식으로 경제 제재와 외교 수단을 활용한 '압박(pressure)'을 통해 북한의 핵 프로그램을 포기하도록 하는 내용의 대북정책 기조를 발표했다.

한국의 대통령 선거를 불과 열흘 남짓 앞두고 미국이 새로운 대북정책 기조를 제시함에 따라 향후 차기 한국 정부와의 공조가 어떻게 이뤄지느냐가 북핵 문제를 풀어나가는데 핵심적인 요소가 될 전망이다.

더구나 트럼프 행정부가 전임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를 폐기하고 북한에 대한 적극적인 압박과 제재, 개입을 공언한 만큼, 이에 대한 우리 정부의 세밀한 전략이 어느 때보다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의 긴장도가 최고조에 달한 상태에서 차기 정부는 북핵 해결과 한미동맹 강화라는 핵심 목표와 국민 안전과 자주적 외교·국방이라는 원칙이 얽히고설킨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일단 트럼프 행정부가 최고 수위의 압박과 제재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에 강한 의지를 보이는 상황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 차기 정부가 섣불리 남북대화에 방점을 찍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있는 만큼 한국 정부가 남북대화에 지나치게 속도를 낼 경우 한미동맹이 삐걱댈 수 있다.

이 경우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시기 '햇볕정책'을 추진했지만,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강경한 조지 W. 부시 행정부와의 정책적 차이로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일부에서 나온다.

한미동맹에 균열이 발생하면 빌 클린턴 행정부가 북한을 직접 상대하면서 원조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이 빚어졌던 김영삼 전 대통령 당시 상황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대국 사이에서 한국이 정책을 주도하기가 쉽지 않아 전반적인 제재·압박 국면에 함께하는 방향으로 갈 것으로 본다"면서 "과거 보수·진보 정권 모두 이념에 기반한 외교정책을 펼쳤다면 이번 대선 후보들은 현실적인 측면을 잘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반도 문제 당사자는 한국인 만큼 제재·압박은 물론 역으로 비핵화 협상의 조건을 만드는 노력에 우리가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기조 자체에도 제재·압박과 함께 협상 가능성도 담고 있는 만큼 구체적인 대화의 '조건'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차기 정부가 남북대화를 우선시하면 미국의 대북 정책과 충돌할 가능성은 있다"면서도 "노무현 정부 당시 국제 이슈는 한국이 미국 정책을 수용하고, 한반도 정책은 미국이 한국 정책을 수용하는 방식으로 '빅딜'이 이뤄졌듯 우리 외교가 주도적으로 추진할 해법은 분명히 있다고 본다"고 제언했다.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결국 관건은 제재·압박을 통해 협상의 문이 열렸을 때 무엇이 의제로 올라가느냐에 있다"며 "한국은 미국이 핵동결·모라토리엄에 초점을 맞출지, 아니면 비핵화라는 궁극적 목표를 강하게 추진할지 주의깊게 살펴 비핵화 의제를 성취할 필요가 있다"고 당부했다.

hapyr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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