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대 연구팀, 환경호르몬 영향 규명…"주의력에도 악영향"
(서울=연합뉴스) 김민수 기자 = 장난감·튜브·플라스틱 음식 용기·의료용품 등에 들어있는 환경호르몬의 일종인 프탈레이트가 어린이 지능 및 주의력을 떨어뜨리는데 영향을 끼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홍윤철·김붕년(서울의대)·김인향(분당서울대병원) 교수팀은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산모 175명을 대상으로 소변 및 혈액 검사를 시행하고 이들이 낳은 아이가 6세가 되던 해인 2015년부터 2017년 사이 아이의 인지 기능 및 소변 검사를 시행한 결과,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28일 밝혔다.
연구진은 먼저 프탈레이트가 인간의 몸에 들어가면 생성되는 ▲ 모노 2-에틸-5-하이드록시헥실 프탈레이트(MEHHP) ▲ 모노 2-에틸-5-옥소헥실 프탈레이트(MEOHP) ▲ 모노부틸 프탈레이트(MBP) 3가지 대사물질의 소변 검출량을 분석했다.
그 결과, 아이의 소변에서 MEHHP와 MEOHP의 검출량이 많을수록 지능(IQ 점수)과 주의력 점수가 낮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MBP는 지능과 주의력 점수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연구진은 MEHHP의 소변 검출량이 10㎍/gCr(프탈레이트 대사체 측정 단위) 증가할 때마다 아이의 IQ 점수가 평균 9.27점 감소했으며, MEOHP의 경우 10㎍/gCr 증가할 때 IQ 점수가 평균 9.83점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MEHHP와 MEOHP는 지능뿐만 아니라 주의력에도 안 좋은 영향을 끼쳤다. 주의력은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 측정 도구가 활용됐으며 점수가 낮을수록 주의력이 떨어지는 것으로 진단된다.
연구진은 MEHHP와 MEOHP의 소변 검출량이 10㎍/gCr 높아지면 주의력 측정 평균 점수가 각각 20.36점, 18.93점 하락했다고 전했다.
이런 결과는 사회경제적 요인·어머니의 지능 등 다른 외부 요인을 보정해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붕년 교수는 "이번 연구는 프탈레이트가 어린이의 인지 기능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본 연구 중에서 최초로 지능과 주의력의 영향을 별도로 구분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프탈레이트는 인간의 몸에서 정상적인 호르몬이 만들어지거나 작용하는 것을 방해하고, 어린이의 정상 발달을 저해하므로 가급적 노출을 막아야 한다. 프탈레이트가 뇌의 도파민 신경세포 퇴화를 일으킨다는 동물실험 결과도 있다.
홍윤철 교수는 "프탈레이트는 갑상선 호르몬의 생성을 방해하고,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알려졌다"며 "특히 6세 미만 영유아의 경우 환경적 요인에 취약한 시기이므로 환경호르몬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인향 교수 역시 "프탈레이트가 인지 기능 저하의 원인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 확인됐으므로 국가 차원에서 프탈레이트 노출을 줄이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번 연구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연구와 공중보건'(Environmental research and public health) 온라인판에 최근 발표됐다.
kms@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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