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로벌 마케터]④ 뉴질랜드 이기홍 ST Century무역 대표

입력 2017-04-27 17:47   수정 2017-04-27 17:55

[나는 글로벌 마케터]④ 뉴질랜드 이기홍 ST Century무역 대표

"규모 작지만 선진국 진출 테스트마켓…다품종 소량 전략 세워야"

(고양=연합뉴스) 강성철 기자 = "480만 인구의 뉴질랜드 시장은 규모는 작지만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미국, 호주, 유럽 진출에 앞서 테스트마켓으로 활용할 정도로 시장 검증이 철저한 곳입니다. 동서양의 문화도 공존하고 있어서 선진국의 아시아계 이민자를 공략하는 데도 참고가 되죠."

뉴질랜드의 경제수도인 오클랜드에서 한국 제품 수입에 앞장서는 ST Century무역의 이기홍(62) 대표는 뼛속까지 '세일즈맨'이다.

1981년 대우에 입사해 해외 마케팅에서 전설을 쌓았다. 1983년 캐나다 시장 개척을 맡으면서 80만 달러였던 수출 규모를 3년만에 2천800만 달러로 끌어올렸고, 1988년에는 대우그룹 최초의 공산권 시장 프로젝트로 미수교국이었던 구소련에 들어가 소비재 수출을 성사시키며 거래를 텄다. 그가 처음 소개한 한국 초코파이는 지금 러시아의 대표적인 국민 간식으로 대접받는다.

1993년 뉴질랜드로 이주한 이 대표는 세계한인무역협회 오클랜드 지회 해외마케팅지원센터장을 맡아 차세대 무역스쿨을 꾸리며 무역 사관생도 배출에 앞장서 왔다. 이번 협회의 '글로벌 마케터' 모집에도 누구보다 먼저 신청했다. "수십 년간 해온 세일즈 노하우를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게 의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뉴질랜드 시장 접근 방법에 대해 "다품종 소량 공략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뉴질랜드에서 검증된 제품이 호주나 유럽·북미에서 대박을 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소개했다.

연 매출 500만 달러(56억 원)를 올리는 ST Century 무역에서 지금까지 소개한 한국 제품은 건설자재, 생활 소비재, 농업 자재 등 30여 종이 넘는다. 안정적인 공급을 하고 있어도 아이템을 발굴해 시장에 소개하는 일을 멈추지 않는 이유에 대해 그는 '애국심'을 들었다.

"한국 중소기업 임직원의 혼이 담김 명품을 접하면 세일즈맨으로서 가슴이 떨리고 벅차오릅니다. 자연스럽게 어떻게 판매할 것인가에 대한 영감이 떠오르고 열정이 생기죠. 장사는 사람이 하는 일이라서 팔려는 제품과 기업에 대해 애정을 갖는 것이 가장 기본입니다. 한국 수출에 기여한다는 자부심과 애국심이야말로 무모하다 싶은 도전에도 뛰어들게 한 원천이었습니다."

글로벌 마케터로서 뉴질랜드 기업과 거래 시 참고할 사항에 대해 "쉽게 'YES'도 'NO'도 말하지 않는 신중함"을 꼽았다.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앞으로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긍정적은 반응을 보이기 때문에 섣부르게 기대하면 실망합니다. 거래가 성사돼도 초기 주문량이 적습니다. 더욱이 소비 성향이 보수적이라서 제품이 시장에 안착하는데 1년 이상 걸릴 수 있죠. 인내를 갖고 기다려야 거래가 꾸준히 이어집니다."

이 대표는 한국이 2015년 뉴질랜드와 맺은 자유무역협정(FTA)에서 전기·전자 제품 인증을 빼먹은 것이 아쉽다고 했다.

"뉴질랜드는 전기·전자 제품에 대한 인증이 무척 까다로운데 중국과 뉴질랜드는 FTA에서 중국 정부가 인증한 제품은 뉴질랜드 수입 시 별도 검증이 필요 없도록 협정을 맺었죠. 한국은 그보다 훨씬 더 엄격한 인증을 하고 있는데도 FTA에서 누락돼 불필요한 시간과 돈이 들어가고 있습니다. 특히 이 분야는 시장 트랜드가 빠르게 변하는데 기민한 대응을 못 하고 있어서 안타깝습니다. 지금이라도 추가로 협정을 추진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는 "글로벌 마케터의 제일 큰 장점은 현장에 입각한 판단"이라고 강조했다.

"통계나 뒤적여 보고서를 작성하는 게 아니라 현장을 발로 뛰며 파악한 정보를 바탕으로 시장을 소개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일입니다. 일하다 보면 제시간과 돈이 더 들어가는 일도 종종 있지만 시장에서 인정을 받아 기업이 성장하는 것을 보면 희열이 치솟습니다. 그 맛에 지금도 현역 세일즈맨으로 뛰고 있습니다."




wakaru@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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